일상에서 힘을 겨루기 위한 가장 간편한 게임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혹시 팔씨름할 때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시나요? 본인이 손목을 잡았던가요? 아니면 손목을 잡혔었나요? 아니면 손끝을 잡거나 잡혔나요? 생각할수록 애매하시죠? 이번엔 팔씨름을 통해 힘의 원리를 이해해 보고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볼게요.
왼쪽 분의 힘이 더 세다면 당연히 왼쪽 분의 승이겠죠?
우리 몸의 관절은 주로 두 개의 뼈가 만나서 이루고, 고정된 뼈에 대해 움직이는 뼈가 돌림운동(rotation)으로 움직입니다. 팽이가 중심축을 중심으로 돌아가듯 돌림운동은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것을 말합니다. 팔꿉관절을 이용해서 아령을 드는 경우를 예로 들자면, 위팔뼈는 몸통 옆에 나란히 고정되어 축을 형성하고, 아령을 든 아래팔만 위아래로 움직입니다. 팔꿉관절은 최대 움직임의 범위가 0~180도이므로 완전한 원을 이루지는 않더라도 축을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돌림운동을 하는 것이죠.
관절을 움직이려면 당연히 근육의 힘이 필요하겠죠? 이때 돌림운동에 사용되는 힘을 모멘트(moment)라고 합니다. 팽이를 잘 돌리기 위해 채로 팽이의 가쪽을 때립니다. 팽이의 축에서 멀어진 쪽을 채로 때릴수록 팽이는 잘 돌아가죠. 오히려 축에 가까운 쪽에 힘을 가하게 되면 팽이는 제자리에서 돌기보다는 그 자리를 벗어나서 움직이게 됩니다. 이처럼 돌림운동은 축과 힘이 가해지는 부분 사이의 간격이 필요합니다. 이 간격은 우리는 평소 알고 있는 원의 반지름과 같은 개념으로 여기서는 모멘트 팔(moment arm)이라고 합니다. 힘(force)은 직선 방향만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 몸의 움직임과 같은 돌림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힘과 함께 모멘트 팔의 간격을 유지한 채 작용하는 돌림힘인 모멘트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모멘트를 구하는 공식은 ‘힘 X 모멘트 팔’입니다.
우리 몸의 움직임은 외적인 모멘트(external moment)에 대항해서 내적인 모멘트(internal moment)를 작용함으로써 움직이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면, 손에 들려있는 아령이 바닥으로 내려오는 돌림운동이 외적인 모멘트이고요, 아령을 들기 위해 팔의 근육을 작용시켜서 위로 들려고하는 돌림운동이 내적인 모멘트입니다. 외적인 모멘트가 내적인 모멘트보다 크면 아령을 들기 어렵고, 외적인 모멘트가 내적인 모멘트보다 작으면 아령을 쉽게 들 수 있겠죠.
위의 모멘트 공식에 대입하면, 외적인 모멘트는 ‘외적인 힘 X 외적인 모멘트 팔’이고 내적인 모멘트는 ‘내적인 힘 X 내적인 모멘트 팔’이 되겠군요.
누구나 아령을 들 때 외적인 모멘트 팔이 내적인 모멘트 팔보다 길기 때문에 아령이 무거운거에요~
그렇다면 우리가 평소 근육의 힘을 덜 사용해서 수월하게 물건을 옮기려면 외적인 모멘트를 최소화하는 게 좋겠네요. 평소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팔을 쭉 뻗어서 물건을 들기보다는, 물건을 최대한 몸에 가깝게 붙여서 들죠? 우리는 본능적으로 외적인 모멘트를 줄이는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물체의 무게는 줄일 수 없으니 외적인 모멘트 '팔'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건과 우리 몸을 최대한 가깝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죠.
이제 팔씨름에 모멘트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아무래도 힘이 센 사람이 유리하겠죠? 그렇다면 상대방을 배려해 주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상대방의 외적인 모멘트 '팔'을 줄여 줄 수 있다면 그만큼 상대방은 힘을 덜 사용해서 팔씨름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팔의 길이가 같다고 가정할 경우, 힘이 센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의 손목을 잡게 되면, 힘이 센 사람의 외적인 모멘트 '팔'은 그대로이지만, 힘이 약한 사람의 외적인 모멘트 '팔'은 손과 손목 사이의 거리만큼 줄어들게 됩니다.
오른쪽 분의 외적인 모멘트 팔이 줄어들었으니, 이 팔씨름은 해볼 만하겠군요!
아래팔의 길이가 0.1m로 서로 같고 100N 힘을 가진 A와 80N의 힘을 가진 B가 서로의 손을 잡고 팔씨름을 할 경우, A에게 적용되는 외적인 모멘트는 상대방의 힘인 80N X 아래팔의 길이인 0.1m로 8Nm이고 B에게 적용되는 외적인 모멘트는 상대방의 힘인 100N X 아래팔의 길이인 0.1m로 10Nm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외적인 모멘트가 적게 적용되는 A에게 유리하죠. 그런데 A가 B의 손목을 잡고 팔씨름을 할 경우, B의 외적인 모멘트 팔이 0.08m로 줄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둘 다 8Nm로 같은 외적인 모멘트가 걸리기 때문에 아주 팽팽한 팔씨름이 될 것입니다.
이제 팔씨름할 때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기억나시죠? 다들 힘이 강하신 분이 보고 계실 테니 상대방의 손목을 잡고 팔씨름하셨을 겁니다. 전 나중에 딸들이 사윗감을 데려오면 팔씨름부터 해보려고요. 먼저 힘의 원리를 이해하고 있는 영석한 놈(?)인지도 파악해 보고, 가장 중요한 부분인 상대방을 배려하는 성격인지 알아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한번 테스트해 보세요. 여러분의 손목을 잡으면 합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