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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직원XIII Jul 02. 2023

[Page 1] 2주 2달 2년, 토익을 다시 봤다.

Daily&Career

제목만 써놓고 시험 본 지 벌써 2달이 흘렀다.

토익이라니, 정말 오랜만에 본 영어 시험이었다.

퇴근하고 딱 2주 1~2시간 공부했는데 지금까지 받았던 점수 중 최고점이 나왔다.

요즘 영어 잘하는 사람은 무진장 많으니… 뭐 자랑할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고득점인 점수.

당장 이직하려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뭐라도 미래를 준비하는 모습이 스스로 제법 갓생러가 된 것 같아서 뿌듯했다.

교양이나 스펙으로 언어를 챙기기에는 AI 분야 정보를 따라가기에도 벅찼던 2년, 이제는 다시 내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생긴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성장 욕심이 나를 뒤룩뒤룩 채운 걸까.




작년 10월 따놓은 AI-900 자격증도 참 오래간만에 현명한 판단이었던 것 같다.

나는 늘 내가 자존감이 낮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의외로 셀프 불신이 심한 편인데

솔직히 못 딸 줄 알았다. 근데 찐 전문가들이 보기엔 우스운 별 거 아닌 자격증이라고 해도… 아무튼 해내서 좋았다.

베트남 여행 가기 직전에 4일 풀교육 들으면서 공부했는데 지금 업무에 정말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 회사가 빠르게 언어 모델링 쪽으로 진전할 걸 예상은 했지만 이거라도 안 들었으면 일하기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

물론 여행 준비를 거의 못해서 고등학교 친구 K가 고생을 해주었다.

그래도 매번 무던하게 나를 응원해 주고 여행도 참 힐링이었어서 좋은 추억이 되었다.




요 며칠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피드백을 들었다.

1) “소개팅은 안 될 것 같아. 소개팅에서 너는 워낙 사교적이니까 분위기는 좋지만…그런 인위적인 상황으로는 네가 그 사람한테 정을 못 붙이는 것 같더라. “
2) “너 혹시 스타트업 병 걸렸어? 네가 차린 회사도 아닌데 왜 집착하고 그러는 거야. 물론 너네 회사 조직문화가 특이한 것 같긴 한데…“
3) “완전 재미있고 대박적 성취만이 행복이 아니야. 오늘 이렇게 맛있는 저녁 한 끼, 즐거운 시간 한 조각들도 다 행복이야. 그렇게 살아봐. “
4) “네 몸인데 왜 네가 안 돌보는 거야. 네 마음인데 왜 네가 몰라줘.”

이 네 줄의 말을 정리해 보니 2022 - 2023의 내가 한 큐로 정리되는 것 같다.

진짜로 나를 살필 때가 온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죽을 만큼 힘들다는 상황은 아니었는데도 휴직 상담을 한 거겠지.

근데 휴직을 상상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더 든든해질 줄 알았는데, 막상 상담을 하고 나니까 그렇지도 않았다.

12월까지 완수할 프로젝트가 있는데 그걸 던지고 중간에 쉬면 내 마음이 편할까?

차라리 조금만 더 버텨볼까 어떻게든 쇄신해 볼까 고민만 깊어지던 차에 대표님께 식사 요청을 했다.


일단 식대보다 더 비싼 돈가스를 먹었고 안심이 살살 녹고 새우튀김도 야무지게 튀겨져서 맛있었다.

그리고 대화가 좋았다. 직구인 내 질문이 대표님 성향에 맞았던 걸지도.


나님: 대표님, 번아웃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마음가짐 이런 거 말고요. 일상을 어떻게 바꾸셨어요?
댚님: 나? 아직 극복 중인데.
나님: 그래서 크로스핏을 하시는 건가요?
댚님: 그것도 있지. 운동하는 동안은 off가 확실하거든. 스타트업은 대표가 포기하는 순간 망하는 거라더라고. 내려놓되 포기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
나님: 저 사실… 휴직 상담을 하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저는 회사가 지긋지긋하지가 않아요. 정말로 그래서 냅다 쉬고 싶다 이런 게 아니었어요. 잘하고 싶어요. 근데 몸이 안 따라줘서 괴로워요.
댚님: 나는 가끔 너를 보면 나보다 니가 더 우리 회사를 사랑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대표가 말하긴 좀 뭣한 말인데. 여기가 뭐라고.


한동안 인사팀에서 ‘신뢰 자본’이라는 말을 엄청 쓰던 때가 있었는데 (아마 피드백 문화 정책 때문이었던 듯)

대표님이랑 대화하면서 우리가 서로 신뢰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든든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아마 위에 2번 피드백을 했던 대학 친구는 또 기겁하면서 고개를 저을 것 같긴 한데.

대표님이야 진짜 스타트업 대표니까 그렇다 쳐도 나도 스타트업 병 맞나 보다.


2주 안에는 마음의 결정을 해야 하는데… 뭔가 점점 또 못 내려놓는 결정을 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왼) 토익 성적표 (오) 마이크로 소프트 AI-900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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