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와 사전검열의 위헌성
며칠 전 유명 유튜버 밴쯔님(이하, 존칭은 생략합니다)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면서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를 한 혐의로 기소되어 형사재판 중이라는 사실이 기사화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밴쯔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중 한 명이라서 그 기사를 관심있게 보았고, 기사 내용이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댓글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여러 번 기사를 읽어 보았지만,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고, 약간의 오류도 있는 것 같아서 정리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밴쯔가 사과문을 발표하며(이게 사과할 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놀란 팬들을 진정시켰고, 현재 밴쯔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기 위해 정지가 된 상태라고 합니다.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밴쯔는 사과문에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심의 대상이 되는 광고의 범위를 잘 몰라서 이번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동시에 무지가 면피권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법원의 결정을 겸허히 기다리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어떠한 행위가 법률에 위반되는지 모르고 행위를 하였는데, 그 행위가 법률에 위반될 경우, 처벌의 대상이 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 법은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라는 격언이 법의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밴쯔의 말처럼, 무지가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형법 제16조(법률의 착오)는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정당한 이유가 있는 법률의 착오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습니다.
즉 법은 '법률의 부지'와 '법률의 착오'에 대해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법원도 "형법 제16조 소정의 법률의 착오는 단순한 법률의 부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일반적으로는 범죄가 되는 행위이지만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락된 행위로써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정하고, 그와같이 그릇 인정함에 있어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벌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79도285 판결)"라고 판시하여 '법률의 부지'와 '법률의 착오'를 명백하게 구별하여 달리 취급하고 있습니다.
'법률의 부지'가 일정한 행위를 금지하는 규범의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한 것을 의미하는 반면, '법률의 착오'는 ⓐ 규범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 규범이 유효함에도 불구하고) 그 규범의 효력이 없다고 생각한 경우(효력의 착오), ⓑ 규범의 존재도 알고, 그 규범이 유효한 것도 알았지만, 자신의 행위가 그 규범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잘못 생각한 경우(포섭의 착오)를 의미합니다.
'법률의 부지'와 '법률의 착오'를 달리 취급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 의견도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모르고 한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행위가 어떠한 금지규범에 위반되는 것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 없는 것이지요. 대법원은 "법은 최소한의 윤리"라는 입장에서, 수범자인 국민들에게 상식적인 윤리적 감각을 바탕으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위법인지 아닌지 판단해 볼 것을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회가 복잡화·다양화되면서 '상식으로' 위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법률을 읽어 보아도 그 행위가 위법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으니까요.
헌법재판소법
제41조(위헌 여부 심판의 제청)
①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을 담당하는 법원(군사법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은 직권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한다.
제42조(재판의 정지 등)
① 법원이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때에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위헌법률심판이란 헌법재판소가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심사하고, 그 법률이 헌법으로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그 법률을 적용하지 않거나 그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제도로서, 법률이 시행된 이후 위헌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후적'이고, 현재 구체적인 특정 사건에 대한 재판에 적용되고 있는 법률의 위헌 여부를 심사한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규범통제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서 "어떤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에 따라 재판의 결과가 달라질 때"(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의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라는 말의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루어지는 심판입니다.
가령 밴쯔의 경우, 만일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중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광고를 하기 전에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조항이 위헌 결정을 받는다면, 지금 진행되고 있는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게 될 것입니다. 즉 밴쯔의 재판에 적용되고 있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서 재판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위헌법률심판의 필요성이 있는 것입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원의 제청에 의해 개시됩니다. 어떤 사건을 담당한 법원이 그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 위헌이라는 의심이 들고, 그 법률이 위헌인지 여부에 따라 다른 내용의 재판을 하게 될 경우라고 판단한다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는 것입니다. 또 재판을 받고 있는 당사자가 자신의 사건에 적용되는 법률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줄 것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는데, 이를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이라고 합니다(따라서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한다는 표현은 틀린 것이고, 법원은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는 것입니다). 즉 법원이 직권으로 '제청'을 하거나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제청함으로써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기사를 보면, 밴쯔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도 직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동일한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되고 있는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다른 법원에서 이미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서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그 법률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에 있어서, 따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헌재의 결정 이후 재판을 하기 위해 공판을 연기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법원의 경우에는 그 법률이 적용되는 당해 사건의 재판은 당연히 정지되는 것이지만, 밴쯔 사건을 담당한 재판부가 직접 제청을 한 것은 아니므로 따로이 공판을 연기하는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밴쯔 사건'(B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A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재판부에서 한 것이므로, 설사 헌법재판소가 그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더라도 그 위헌 결정의 효력은 '밴쯔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고, '다른 사건'에만 적용되는 것 아닐까요?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 조항이 형벌법규이고, 형벌법규에 대한 위헌 결정은 소급효(즉 처음부터 위헌이었던 법률 조항이 되어 효력을 상실합니다)를 가지므로(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밴쯔 사건'에도 당연히 적용이 되게 됩니다. 즉 '당해 사건'(헌법재판소에 법률의 위헌 결정을 위한 계기를 부여한 사건, 여기서는 A사건이 당해 사건이 됩니다)뿐만 아니라 당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법률 조항과 동일한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되고 있는 상태에서 법원에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병행 사건'(여기서는 B사건이 병행 사건이 됩니다)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의 효력이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서 겅강기능식품 광고에 대해 사전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는 법률 조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인지 여부, ② 이미 헌법재판소가 2018. 6. 28. 사전심의를 규정한 법률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을 선고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밴쯔가 재판을 받고 있는 이유 등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