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명문 대학을 졸업한 최고 엘리트들은 어떤 직장을 선호할까?
비록 형식적이지만 여전히 입헌군주제의 전통을 유지하는 국가답게 영국은 여전히 명문 집안 출신들이 입학하는 우리의 중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유명 사립학교들이 존재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나 해로우 스쿨(Harrow School) 등 이들 학교 졸업생들은 과거에는 물론이고 오늘날에도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와 같은 유서 깊은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그곳에서 졸업과 동시에 사회적으로 명성이 있는 좋은 직장에 무리 없이 안착한다.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이들은 여전히 법조계, 정계, 금융계, 정부기구, 학계는 물론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등에 취업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들은 그 분야에서 오랜 기간 자신이 축적해 놓은 역량을 맘껏 발휘하면서 개인적으로는 가문의 명예를, 국가적으로는 영국이라는 모국의 명성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헌신을 다한다. 이들이 도덕적, 사회적 의무를 다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성숙한 의식으로 무장되어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실제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이 가는 은밀한 직장이 따로 있다. 현재 영국 여왕의 집무실이자 왕실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버킹검 궁(Buckingham Palace)’이 바로 그곳이다. 까다롭고 특별한 절차를 거쳐서 소수의 인원으로 선발된 이들 엘리트들은 여왕의 거처이자 왕실의 거주지인 버킹검 궁에서 일하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여기며 헌신한다.
왜 그럴까.
높은 연봉?
여왕을 알현할 수 있는 기회?
훌륭한 근무조건?
모두 진실은 아니다.
버킹검 궁이라는 일터는 사실 근무조건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니고, 쉽사리 여왕이나 왕실 인사들과 빈번한 접촉의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까다로운 규칙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고, 업무상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높은 의무감은 물론, 평범한 직장처럼 함부로 행동하기 어려운 힘들고 고달픈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 엘리트들이 여왕의 충성스러운 신하가 되려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그들은 영국 왕실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국가의 상징인 여왕이 평시는 물론 국가가 위중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어떤 자세와 태도로 판단하고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충실한 조력자가 된다. 그들은 왕실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충실히 전달하고 국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은다. 뿐만 아니라 ‘영연방(the Commonwealth)’ 국가들의 상징적 수장인 여왕에게 현명한 판단과 상황인식을 갖도록 국내외 이슈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균형 잡힌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충실한 참모의 역할을 수행한다.
수상을 포함한 정치권이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실질적인 정책을 통해 국가를 이끈다면 여왕은 그것을 뛰어넘는 영역에서 국민을 위로하고 국가의 안정과 영국이라는 국가의 존엄과 영광의 유지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력을 다한다. 따라서 국가 내 정당, 정파 간 대립, 계층, 빈부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드러나는 사회적 갈등, 지역 간 분열 등에서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을 놓고 국민을 위로하고 치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데 여왕의 충성스러운 엘리트들은 깊이 관여한다.
따라서 이들 엘리트들이 다른 영역과 견줄 수 없는 뛰어난 능력과 자질, 고귀한 품격과 도덕적 권위, 균형 잡힌 사고를 요구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헌신적인 역할로 인해 국가와 국민이 안위를 누리며 편안한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대통령 궁에는 어떤 인물들이 포진해 있을까?
그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가진 것이라고는 사람만 넘치는 이 땅에서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겸손한 자부심으로 무장해 있을까?
국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고통 지수는 그들이 보유한 능력이나 수준과 늘 반비례하는 법이다.
(photos by Hel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