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gree Oct 15. 2016

아메리카노

왜 그렇게 까다로와?




'

난 원래 좀 까다로와.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지 열흘밖에 되지 않은 바리스타 Nick에게 애원 반 협박 반의 소릴 한다.

"닉, 내가 좀 까다로와."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여자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Tall upside down Ristretto Americano without any room' (스타벅스 랭귀지*)을 마시는 여자이다.

처음 친구의 손에 이끌려 스타벅스 진입에 성공적인 데뷔를 캐러멜 프라푸치노로 한 날을 제외하곤, 쭉

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생각해 보니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 같다.


굳이 찾자면, 만드는 사람에 구애받지 않아서 망칠 위험이 적어서?

맥도널드 빅맥이랑 칼로리가 막상 막하인 프라푸치노의 진실을 아는 순간부터?

싸니깐.


그리고 같은 아메리카노를 가지고 까다로워지기 시작한 것은,

회사를 다니면서 매일 같은 아메리카노를 그날의 여유와 스트레스 레벨, 교통체증에 따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다른 스타벅스들에서 마시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바비 인형에 광적인 애정이 있었던 나는 알고 있었다. 같은 공장, 같은 날 출시된 아이들이라도 그들의 얼굴이 미묘하게 다름을.


스타벅스는 그들의 약 삼천 개의 체인점(캐나다, 미국)에서 같은 커피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들의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한다. 특히 캐나다와 미국은 한 우산 아래 있어, 그냥 모든 지점들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각 지역 책임자들은 이 부분을 가장 신경 쓰는데, 손님들이 어느 지점을 가도 같은 종류와 질의 빵과 음료, 그리고 상품들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공항에 있는 스타벅스들과 Safeway(한국으로 따지면 이 마트 같은 대형 식료품점)에 있는 지점들은 포함이 되지 않지만.


여러 군데에서 같은 아메리카노를 마셔보니, 알 수 있었다. 어떤 날 내 맘에 꼭 드는 커피를 손에 쥐고 출근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커피가 처음으로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곳이 나의 놀이터가 되기 전까지 난 꽤 picky 한 여자가 되기로 했다.


사이즈의 차이인가? 커피를 좋아하지만 나는 커피를 12아운스(톨) 이상은 절대로 마실 수 없는 사람 = 톨

샷의 차이인가? 한 개는 너무 약하고 두 개는 적당한 듯 하나 좀 쓴데, 세 개는 너무 독해.= 더블 샷

기법의 차이인가? 구정물 같이 버블이 일어난 커피 싫어, 꿀 색깔의 고운 버블들이 얌전히 있는 커피 좋아 = 물 먼저 그리고 샷 위에 (upside down)

왜 이렇게 탄맛이 나지? 탄맛 싫어. = Ristretto shot   

솔직히 얼마나 걸렸는지 그리고 얼마를 투자했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데 아마 꽤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꽤 많이 스타벅스 카드에 돈을 리필하고 나서야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를 찾았다.' 주문이 좀 길기는 하지만


그리고는 나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마주 하였을 때, 그들이 미안함 반, 자신감 반의 얼굴을 하고

"sorry, I'm the picky one, my order will be an essay."미안, 내가 좀 까다로워. 내 주문이 좀 길 꺼야


나는 미소를 보이며 말할 수 있었다.

"I don't think you are picky, you just know what you want. That's pretty cool.

I am ready to write down your essay, What can I get for you, today?


나는 너가 까다롭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는 너가 좋아하는 것을 알 뿐이 이야. 그건 꽤 멋진 일인걸, 난 너의 긴 주문을 받을 준비가 됐어. 오늘은 뭘 마실래?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