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은 캐릭터 마케팅
얼마 전 우연히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선 카카오 프렌즈 매장을 보며 '와 이제는 공항에도 카카오 프렌즈가 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어디 공항뿐이겠는가,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캐릭터를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일을 하는 사무실 책상 위에서도, 먹을거리를 사러 가는 편의점에서도, 심지어 메신저에서도 이모티콘을 통해 텍스트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하기도 한다.
이렇게 일상 깊숙이 들어온 캐릭터의 배경에는 바로 브랜드의 '캐릭터 마케팅'이 있다. 이번 호에서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어린아이부터 어른아이까지, 남녀노소 모두를 사로잡은 캐릭터 마케팅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선 캐릭터 마케팅의 정의부터 알아보자. 캐릭터 마케팅은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캐릭터(마스코트)를 통해 소비자와 쌍방향 의사소통을 하고, 그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마케팅을 의미한다.
캐릭터 마케팅은 국내 캐릭터 산업의 성장으로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는데, 2016년 기준 국내 캐릭터 산업은 그 규모가 11조 원에 이른다. 실용성이나 효용성을 따지기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에 많은 비용을 내고도 선뜻 지갑을 여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상품과 접목이 되면서 막대한 시너지를 자랑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듯, 가정의 달 5월을 앞두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캐릭터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나 유통•식품업계에서는 어린이와 키덜트를 겨냥한 캐릭터 콜라보 기획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유명 백화점에서는 캐릭터 페스티벌을 개최되고, 서울 중심지의 호텔에서는 캐릭터를 활용한 클래스까지 운영하니 가정의 달은 확실히 캐릭터 마케팅의 성수기라고 할 수 있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랜드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소비자에게 자신을 대변해주는 아바타가 되기도 하고,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에게 애정이 생기게 되며, 이러한 애정은 캐릭터 마케팅이 계속될 수 있는 원리가 된다.
브랜드의 인간적이면서 친근한 이미지 형성에 큰 기여를 하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통해 경쟁사와의 차별점을 두기에도 용이하다. 게다가 잘 만들면 굿즈처럼 연계되는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으니 많은 브랜드가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에 힘을 쓸 수밖에 없다. 물론, 정말 매력적으로 잘 만들었을 때의 얘기지만.
캐릭터 마케팅은 오랜 시간 동안 소비자들의 정서적 변화와 트렌드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왔다. 그중에는 정말 공전의 히트를 친 캐릭터도 있었지만, 처참한 결과만 안은 채 사라진 캐릭터도 분명 존재했다.
그렇다면 2018년에는 어떤 캐릭터 마케팅이 주목받고 있을까?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캐릭터 마케팅의 현주소를 짚어보고자 한다.
1) ‘레드오션’ 카페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 탐앤탐스의 탐스 패밀리
이제는 열 손가락으로 세는 것도 힘들 정도로 포화상태가 된 프랜차이즈 카페 업계, 탐앤탐스에서는 이러한 레드오션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캐릭터 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공식적으로 론칭된 ‘탐스 패밀리’가 그 주인공이다.
탐스 패밀리는 커피로 세상을 즐겁게 만들고 싶은 고양이 가족을 콘셉트로 한다. 탐앤탐스의 사업 근거지라고 할 수 있는 경기도 남양주를 배경으로 ‘탐앤팜’에 살고 있다. 이들은 각자 ‘식탐 대마왕’ 휘피, ‘커피 연구가’ 탐탐이, ‘사랑스러운 디자이너’ 앤 등 저마다의 특징과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탐앤탐스는 탐스 패밀리 캐릭터를 온라인 마케팅은 물론 매장에서도 음료와 디저트, MD 상품 등을 통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3월부터 ‘2018 탐앤탐스 캐릭터 상품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들이 탐스 패밀리를 통해 구현해내고 싶은 것과 또 실질적으로 원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 타깃의 니즈도 파악하고, 쌍방향적인 소통을 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보인다.
과연, 탐앤탐스의 자체 캐릭터 개발은 통한 마케팅이 레드오션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지 기대가 된다.
2) ‘男心 사로잡은 구원투수’ 이마트의 일렉트로마트
국내 대표 할인점 ‘이마트’는 캐릭터 마케팅으로 인해 최근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마트에 들른 남자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그곳, 바로 ‘일렉트로마트’다.
일렉트로마트는 본격적으로 남자의 마트를 표방하며 남성 취향의 그것들을 중점적으로 취급한다. 가격부터 매우 혜자스러운데 같은 제품을 기준으로 매우 파격적인 가격을 자랑한다.
판매하는 제품의 폭도 매우 넓어서 3D 프린터나 피규어 제작기, 코딩 교육용 장난감 같은 희귀템(?)들도 판매한다. 심지어 각종 코믹스 피규어들도 판매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정말 작정하고 준비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일렉트로마트에 가면 다양한 제품만큼 눈길이 가는 캐릭터가 있으니, 그 이름하여 ‘일렉트로맨’ 되시겠다. 일렉트로맨은 네이버 웹툰에서 매주 수요일에 연재되었던 웹툰인데, 사실은 일렉트로마트를 홍보하기 위한 브랜드 웹툰이었다. 일렉트로맨을 주인공으로 한 MV도 있는데 (시간이 한가할 때) 한 번 보는 것도 괜찮겠다.
▶ [ELECTROMART] 일렉트로맨 Come on(M/V) 보러가기
이처럼 男心을 사로잡을 요소가 가득한 일렉트로마트는 매출 침체기에 있던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의 구원투수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마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렉트로마트가 입점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 올랐다고 한다. 반면에 같은 기간의 이마트 전체 지점의 매출이 0.6% 소폭 감소한 것으로 보아 일렉트로마트의 효과를 어느 정도 인지할 수 있다.
카테고리 분류로 살펴봤을 때도 가전제품 부문의 매출이 28.4%나 증가했다. 이는 이마트 전체 지점의 가전제품 매출 인상률이 9.9%인 것에 비교했을 때 매우 큰 수치인 데다가, 일렉트로마트가 입점한 매장은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가정간편식 등도 매출이 오르고 있다. 이쯤 되면 이마트의 복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렉트로마트는 올해 더욱 잘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입점 매장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강남대로에 독립 매장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남자의 마트를 표방하는 운영 콘셉트와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3) “어머, 이건 만들어야 해!!” 카드사의 캐릭터 마케팅
언제나 깔끔하고, 보수적인 디자인을 고수해왔던 카드 시장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카드사들은 다양한 캐릭터와의 콜라보를 통해 20·30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어벤져스 캐릭터를 모델로 한 체크카드와 통장을 출시했다. 작년에는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와 제휴를 맺은 후 곰돌이 푸와 미키마우스 등 다양한 디즈니 캐릭터가 등장하는 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초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평창동계올림픽의 ‘수호랑’은 우리은행의 ‘평창 체크카드’ 시리즈에 등장했는데, 카드 발급이 50만 장 이상 이루어지며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돌풍을 일으킨 카드사의 캐릭터 마케팅은 바로 ‘카카오뱅크’의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국내 두 번째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출범하며 큰 화제가 되었는데, 이러한 출범 소식보다 더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바로 아기자기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들어간 체크카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는 개시 1주일 만에 100만 장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고, 지난 3월 기준 누적 발급량 414만 장을 기록했다. 카드 발급이 진행되던 초반에는 카드 발급까지 한 달 이상이 걸리는 등 물량 부족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지인들이 라이언을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을 수없이 지켜봤다. 가히, 요즘 캐릭터 마케팅의 끝판왕 다운 위력이다.
이처럼 많은 카드사들이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 대신 캐릭터를 통해 감성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혜택 제공뿐만 아니라 캐릭터 마케팅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가하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사례 이외에도 캐릭터 마케팅은 다양한 업계에서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캐릭터 마케팅은 '단순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라고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다.
소비자들의 삶의 질이 향상하고, 기존과는 다른 가치관이 형성되며 브랜드에 대한 요구사항 역시 달라졌다. 그에 따라 브랜드 역시 접근하는 방법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에서는 브랜드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의 마음에 (일방적으로) 각인시키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요즘의 소비자들은 어떨까?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원하는 것을 찾는다. 또한, 자신들의 의견을 내보일 수 있는 창구 역시 많아졌고, 실제로 이러한 창구를 통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는 '인간적인' 면모를 추구하고, ‘사회적’으로 변해야 한다. 소비자의 감성에 닿는 콘텐츠를 통해 다차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쌍방향적인 소통을 지향해야 한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경쟁사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브랜드만의 DNA를 키워나가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캐릭터 마케팅은 브랜드의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브랜드가 캐릭터를 통해 듣고, 말하며 점차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어가고 있다. 캐릭터 마케팅이 모든 것의 정도(正道)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의 한 축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잘 키운 캐릭터가 열 모델 부럽지 않은 날이 도래했다.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앞으로 또 어떤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할지 기대가 된다. 혹시 가정의달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면, 그들의 취향을 저격할 캐릭터 굿즈로 준비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