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영학 Aug 26. 2017

원칙으로 돌아가는 회사

Ray Dalio, Principles


내게 꿈이 하나 있다면 (내가 생각하는) 좋은 조직문화를 갖춘 회사를 만들어서 크게 성공시킨 후에, '우리 회사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조직문화를 갖췄기 때문입니다' 하며 그 조직문화를 설명하는 책을 내는 것이다.


별 희한한 꿈이 다 있네 싶겠지만 이미 그렇게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 헤지펀드 Bridgewater Associates를 설립한 Ray Dalio이다.


Bridgewater는 이 브런치에서 이미 여러 번 언급한 'An Everyone Culture'에서 처음 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에 나오는 사례들을 보고 극단적인 투명성(radical transparency)을 추구하는 회사, 솔직하고 직접적인 피드백을 강조하는 회사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창업자 Ray Dalio의 개인적인 원칙들과 Bridgewater의 경영원칙을 모은 Principles를 읽게 되었다. 전문을 읽어보니 왜 원칙과 피드백을 이렇게 강조하는지 맥락이 보여서 메모 겸 몇 가지 핵심 내용을 요약하려 한다.




목표(Goal)를 이루는 기계(Machine)를 만들어야 한다


(출처: Principles, Ray Dalio)


조직이란 결국 원하는 것(Goals)을 이루기 위한 기계(Machine)를 만드는 것이다. 기계는 설계(Design)와 사람(People)으로 이루어진다. 설계는 프로세스, 매뉴얼뿐만 아니라 조직문화가 포함된다.


기계의 결과물을 고려할 때는 일차적인 결과뿐 아니라 이차, 삼차적인 결과물을 고려해야 한다. 일차적인 결과물은 좋지만 이차, 삼차적인 결과물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치즈케이크를 먹으면 일차적으로는 기분이 좋아지겠지만 건강엔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상적인 기계를 먼저 설계하고, 각 자리에 알맞은 ability와 learning을 가진 사람을 넣어야 한다. (find the right "click") 주어진 사람을 가지고 기계를 설계하는 것은 항상 suboptimal solution이다.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 가치는 어떤 목표를 추구할 것인가, 어떤 설계와 어떤 사람들을 가지고 어떤 기계를 만들까 모두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기계에 문제가 생겨 급하게 관리자가 실무자가 하던 일을 대신해줘야 한다면, 자기가 지금 당신의 일을 대신할 것이며 왜 그래야 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기계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므로, 일이 해결되는 대로 기계를 다시 손봐야 한다.



끊임없이 피드백해야 한다


기계가 어떤 결과물(Outcomes)을 만들어내는지 보고 원하는 것(Goals)과 끊임없이 비교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 기계가 어떻게 작동하길 기대했는지 머릿속에 그림이 있어야 한다. 제대로 돌아가는 기계라면 성과가 다음과 같이 향상될 것이다.


(출처: Principles, Ray Dalio)



차이가 있다면 목표를 잘못 세웠는지, 기계를 잘 못 만들었는지 피드백하라. 기계가 문제라면 설계를 잘못했는지 사람이 문제인지 다시 확인해야 한다. 피드백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기계는 다음과 같이 돌아간다.


(출처: Principles, Ray Dalio)



자리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은 기다리지 말고 바로 교체해야 한다. 그 사람의 value가 문제인지, ability가 문제인지, learning이 문제인지 판단한다. Value가 문제라면 해고해야 한다. Ability가 문제라면 회사 내에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다른 역할이 있는지 살펴본다. 없다면 해고한다. Learning이 문제라면 적절한 training과 경험을 쌓게 한다.


문제는 퍼즐 같은 것이다. 퍼즐을 풀면 성장을 위한 보물이 숨겨져 있다. 


Pain + Reflection = Progress


실수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아니라 실수를 숨기는 것을 두려워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실수는 보통 그 자체도 문제이지만 어떤 근본 원인(root cause)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일 수 있다. 실수가 아니라 근본 원인을 고쳐야 한다. 다만 한 번의 실수를 너무 확대 해석하지 말고, 몇 번의 실수가 패턴을 이루는지 지켜봐야 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을 때는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 부사가 나와야 한다.

회사에 지각했다 -> 버스를 놓쳐서 지각했다 -> 알람을 맞추지 않아 버스를 놓쳤다 -> 혼자 일어날 수 있을 줄 알고 알람을 맞추지 않았다 -> 나는 스스로를 과신하는 사람이다 or 나는 Plan B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원칙


사람이 한 일에 대해 급여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대해 급여를 주는 것이다.


그 사람이 입사해서 맡게 될 첫 포지션에 적합한 사람인지만 보지 말고, 평생 동안 삶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인지를 판단해라. 포지션에 적합한지만 생각하면 필요한 스킬을 가지고 있는지에 집중하게 되지만, 삶을 공유한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의 가치관과 역량을 보게 된다.


절대 기준을 낮추면 안 된다.


성품(character)을 갖춘 사람을 뽑아라. 예를 들어,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훌륭한 스킬을 가진 사람이라도 뽑으면 안 된다.


똑똑한 소수의 사람에게 최고의 도구를 주는 것이 평범한 100명의 사람들에게 그저 그런 도구를 주는 것보다 항상 더 낫다.


사람들에 대한 baseball cards를 관리해라. 그 사람의 성격과 성향, 무엇을 잘하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이 기계의 어떤 부분에 맞는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다.


사람에 대해 파악하려면 그 사람이 어떤 의견을 냈을 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사고방식을 캐물어야 한다. 또 내가 그 사람의 성향이 어떻다고 생각하는지 당사자와, 혹은 그 사람을 아는 다른 사람들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구조에 대한 원칙


조직도는 명확한 피라미드를 그려야 하며, 서로 교차하는 선이 있어서는 안 된다.


조직도에 단계(layer)가 너무 많으면 의사소통이 비효율적이 된다.


관리자가 한 단계 아래에 몇 명을 관리하는지 (5명 이하가 이상적), 그리고 두 단계 아래에 몇 명을 관리하는지 살펴야 한다. 관리하는 인원 수가 많아지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사람에 대한 파악이 피상적이 된다.


그 사람의 상사와 이야기하지 않고 다른 부서의 사람에게 일을 시키면 안 된다.



소통과 의사결정에 대한 원칙


의견을 내기 전에, 내가 의견을 낼 자격을 갖췄는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의견을 낼 자격이 있으려면 그 분야에 track record가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의견을 다 같은 비중으로 취급하면 안 된다. 경험 있는 전문가의 의견은 더 중요하다.


논쟁(debate)을 하고 싶은 것인지, 토론(discussion)을 하고 싶은 것인지, 강의(lecture)를 하고 싶은 것인지 구분하고, 참석자에게 그것을 알려야 한다.


논쟁은 이해 수준이 비슷한 소수(3명 내외)의 사람이면 충분하다. 토론은 이해 수준이 다른 조금 더 많은 사람이 있어도 된다. 강의는 보통 이해 수준이 높은 사람이 다수의 이해 수준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경영원칙의 역할


한 회사의 경영원칙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포스터 한 장에 들어갈 분량이거나 길어봤자 A4 몇 장 정도 분량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Bridgewater의 경영원칙은 항목만 200여 개 있고 대부분의 항목엔 세부 항목이나 부연 설명이 붙어있다. 원칙이 왜 중요한지(Part I)와 Ray Dalio의 개인적인 원칙(Part II)이 포함된 전문은 106p이며, Bridgewater의 경영원칙(Part III)만 해도 60p가 넘는다.


레이 달리오도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한번 읽고 끝나거나 머릿속에 외우는 책이 아니라, 일상 업무 가운데 이슈가 생길 때마다 관련된 부분을 찾아보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라는 목적으로 쓰여졌다.


오버일 수 있지만, 읽으면서 마치 하나님이 핵심 원칙으로 (짧은) 십계명을 주셨지만, 그 뜻을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하게 하기 위해 전체 66권, 총 1,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성경을 남겨놓으신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조직문화를 접근할 때 몇 가지 핵심 원칙으로 요약해서 머릿속에 외우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대부분의 조직은 이렇게 한다),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면서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게 하는 접근법도 있구나 싶었다. 요즘 컨플루언스 같은 도구를 이용해 사내 업무 매뉴얼을 위키로 만드는 것이 유행인데, 조직의 원칙도 그렇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렇게 위키 식으로 접근하려면 애초에 원칙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뽑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어서 와, 리더는 처음이지?』 종이책으로도 출판 되었습니다 :)


YES24 : http://www.yes24.com/24/Goods/61927978?Acode=101

교보문고 :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87400349&orderClick=LEA&Kc=



* 책의 순서와 상관 없이 제 머릿속에 기억나는 내용들을 임의의 순서로 정리하였습니다. 실제 목차는 저렇게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 이 책의 번역서는 '원칙'이라는 제목으로 한빛비즈에서 2018년 6월 출판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을 성장시켜 주는 조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