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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Apr 11. 2018

[황희두 에세이] 스마트폰

아주 가끔씩은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온전한 자유를 만끽해보자.

어느 순간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침투해 

없어선 안 될 생활 속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불과 십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스마트폰 없어도 잘 살아왔다.


약속은 공중전화로 혹은 구두로 정하며 어떻게든 만나왔던 것이 불과 얼마 전 이야기다.

그러나 지금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과거의 역사가 되어버린 '스마트폰 없는 세상'  


최근 친한 형이 대화 도중 갑자기 이런 말을 꺼냈다.     

있잖아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 답장하는 것이 의무가 된 거 같아내가 한때 핸드폰을 잃어버린 시기가 있었는데 오히려 그 시간 동안 마음이 무척 편안했던 거 같아.. 스마트폰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얽매는 것은 아닐까?”     

깊이 공감했다. 

나에게, 우리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스마트폰.


심지어 누군가는 펜으로 노트에 글을 쓰는 것조차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이제 모든 것은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할 정도니

그것이 일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너무나 잘 알 수 있다.


스마트폰 없던 시절이 도저히 떠오르지 않을 때, 문득 이런 의문이 든다.


내가 스마트폰을 지배하는 것인가,

스마트폰이 나를 지배하는 것인가?     


스마트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일상, 그게 너무나도 익숙해져 버린 사회     

친한 형의 말처럼 누군가에게 연락이 오면 반드시 답장을 해야 할 것만 같고,

카톡 조차 깔리지 않는 2G 폰을 쓰면 꼰대라 불리는 지금 이 시대,     

만약 스마트폰이 살아있는 생물체였다면 필히 그들은 인간을 지배했을 것이다. 

  

작년 여름, 

나는 운이 좋게 환경재단에서 운영하는 ‘피스 앤 그린보트’를 탈 기회가 있었다.


약 8일 간 크루즈 배를 타고 떠나 바다 한가운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탓에 스마트폰을 쓸 수가 없었다. 사실 처음엔 너무나 두려웠다.


중요한 카톡 답장을 못 하면 어떡하지,

내가 없으면 어떻게 하지?

     

슬픈 현실이지만 정작 아무 일도 없었다.

연락이 조금 늦은 탓에 주위 몇몇 사람들이 답답해 하긴 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만큼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던 것이다.


배에서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자

나는 폰으로부터의 해방감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고,

덕분에 눈앞에 마주한 현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8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한국에 다시 돌아온 후,

밀린 카톡, 문자, 페이스북 등을 확인하며 

곧바로 나는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었다.   


오늘 한 친구가 본인은 주말마다 스마트폰을 던져버리는데

어차피 그래도 "세상은 잘 돌아가더라"는 말을 했다.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만한 도전 같다.     


스마트폰 없는 하루.     


잠에 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붙들고 SNS를 끄적 대다가 잠에 드는 똑같은 일상,

아주 가끔씩은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온전한 자유를 만끽해보자.          


'검색 대신 사색'이 중요하다고 하신 이어령 선생의 말씀처럼

가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 속 세상이 아닌,

폰으로부터 해방된 자유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사색의 시간들은 아닐까.     


하나만 명심하자.

어차피 그래도 세상은 너무도 잘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과거엔 스마트폰 없이 너무도 잘 살아왔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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