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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도 황희두 May 03. 2018

[황희두 에세이] 3%의 소금

" 바닷물이 썩지 않는 건 3%의 소금 덕분이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너무나 지쳐 있었다.


프로게이머의 인식을 안 좋게 만든 모 인기 BJ를 디스 했다는 이유, 성차별을 해소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을 지지했다는 이유, 이외에도 다른 사회 부조리들을 없애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과 현실 세계에서 온갖 질타를 받아 너무 외롭고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던 한 친구의 위로.


 "있잖아. 외롭고 힘들 땐 이 생각을 해봐. 바닷물이 썩지 않는 건 3%의 소금 덕분이래."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드넓은 바다가 고작 3%의 소금으로 인해 썩지 않는다는 말, 즉 사회 운동을 하며 외로움을 느껴도 3%의 소금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힘내라는 그런 위로.

사회 혹은 어떤 집단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수를 설득해가며 그들과 천천히 발걸음을 맞추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혼자만 너무 앞서가거나 혹은 다른 이들과 비슷한 걸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사회 변화.

문득 떠오른 어떤 영화 속 부장 검사의 대사.


"역사적으로 흘러가듯 가. 그냥 권력 옆에 있어(…)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역사공부를 안 하니? 배워야지 역사"


영화 초반부, 조직 내부에 부조리를 느끼던 주인공은 권력자에게 오히려 철저히 무시당한다.


기존의 부조리를 눈 감으라는,

오히려 권력 붙으면 행복할 거라는 어느 부장 검사의 대사.

전형적인 기득권의 모습을 보며 많은 관객들이 분노를 느꼈다.


정말 웃긴 것은 실제 현실에 영화 속 부장 검사 같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다.


기존의 전통이라며 변화를 막으려는 사람들,

진보적인 척하면서 이를 교묘히 이용하는 기회주의자들,

말도 안 되는 성차별을 묵인하는 사람들 등


오히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소수의 사람들이 비난을 받고 조롱을 당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마치 나처럼.

이를 느낄 때마다 나는 답답하면서도 때로는 변화를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세계의 역사가 어떻게 변했는가.

수차례 누명을 쓰고 억울함을 견뎌내면서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한 몸 다 바쳐온 위인들,

군부독재 시절 호헌 철폐를 외치면서 목숨까지 바치고, 꿈이 있다며 자유와 평등을 외쳐온 그들처럼

3%의 소금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결국 사회가 변했다. 소수라도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 없다면 그 사회는 꿈도, 희망도 없다는 뜻이다.


다시 돌아와 앞서 말했던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주인공의 대사.


"그래서 내가 어떻게 됐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그건 당신이 선택하는 거니까"


영화 속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처럼,

여러분이 앞으로 소금의 역할을 할지,

아니면 권력을 지키려는 모 검사가 살아갈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려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 숨겨진 부조리들도 3% 적은 사람들에 의해 변할 것이란 사실.


사회 변화를 추구하다보면 지치고 힘들어 외로운 순간도 너무나 많지만

나는 꾸준히 사회 변화를 외칠 것이다.


바닷물을 썩지 않게 유지시켜주는 3%의 소금처럼 그런 의미있는 삶을 살겠다는 각오로.


그러니 힘들고 지칠 때마다 떠올려야겠다, 그 말.


 "있잖아. 외롭고 힘들 땐 이 생각을 해봐. 바닷물이 썩지 않는 건 3%의 소금 덕분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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