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세행복수집러 May 20. 2021

어느 고등어의 독백


내 비록

차디찬 얼음조각들

위에서 잊혀져 가지만



한때 나를

휘감아 흐르던

성난 파도만큼

드높은 꿈



그 누구보다

푸르렀으며

그 누구보다

거침없었던



꺼져가는 노을 앞에서조차

끝내 안식을 찾지 못했던

부끄럽고 자잘한 욕심들



난 무엇을 위해

심장이 터질 듯

헤엄쳐 왔는가

난 무엇을 위해

울고 웃어 왔던가



모두 다

부질없는

산산이 부서지는

하얀 물거품인 것을



지그 매 생각해 보니

그나마 따뜻했던

작은 단편들

바로 나의 사랑

나의 가족



내 삶에 미련이 있다면

한 번 더 웃어줄 걸

한 번 더 안아줄 걸



내 비록

차디찬 얼음조각들

위에서 잊혀져 가지만



내 삶의 마지막

그 순간까지

눈을 감지 않으리

너를 잊지 않으리



<노량진 수산시장 고등어의 독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