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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훈 Apr 19. 2024

이 길로 갈 수 있어요?

You can do it.

동네 성곽길을 올랐다. 날은 봄바람이 불었지만, 덥기도 한 날씨다. 성곽 계단을 올라 르던 길을 바라보다. 오르 길 힘을 빼고 천천히 걸어야 했다.

원래 가려던 길이 아니었는데, 성곽 끝에 오르자 여러 갈래 길이 있다. 잠시 벤치에 앉아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다. 바람은 불고 열기는 식었다. 도성 길 뒤편으로는 산길이 있었는데, 그 길을 따라가니 그늘이 있어 좋았지만, 산길은 나에게 맞지 않았을 감지했다. 젊은 청년은 초행길인지 어디로 갈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뒤에서 오는 중년 아저씨는 재빠르게 지나간다. 반대편에서는 할머니와 손주가 대화를 나눈다. 공터에 두 여성은 라일락향기가 좋다며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난 봄철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이 길은 맞지 않아 길을 돌아섰다. 내리막길을 따라 대학 후문으로 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오르고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을 바라보는 것이 좋을 뿐이다. 나무에 쉬고 있는 새가 있다. 산을 깎아 언덕에 도로를 내어 서식하는 동식물이 쉴 곳은 없는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방말이다.

후문로 들어가 대학캠퍼스로 다. 두 젊은 외국인 남녀가 있다. 그냥 지나가려던 찰나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남자가 물었다. 로. 교환학생인지 여행을 왔는지 알 수 없다. 돌아서서 쳐다보니 핸드폰을 보여주면서 성곽을 어떻게 가냐는 것이었다. 문법은 생략하고, 디스 웨이 고 스트레이트, 턴 라이트 했더니 알아듣고 간다. 다시 남자가 물었다. 위 캔 고?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캔. 그러더니 옆있던 여성은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말한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길을 가는데 갈 수 는 것은 본인인데, 갈 수 있냐고 묻는 것 이상. 처음 가는 길은 낯설다. 익숙한 길로 가는 것이 편할 뿐인데, 그 길도 처음엔 낯설었다. 길은 다 연결이 되어 있다. 나의 길을 가는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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