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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Mar 23. 2024

오늘 : 바람의 여신 영등할망

2024. 3. 23.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복덕개 포구에 위차한 영등할망 신화공원에 있는 바람의 신 영등할망


가파도를 포함하여 제주의 봄은 어떻게 오는가?

바람의 신 영등할망이 가지고 온다. 

영등할망은 언제 오는가?

매년 음력 2월 초하루부터 보름동안 온다.

하늘의 북쪽 끝 영등나라에서 제주까지 1만 8천 빛깔의 바람을 움직이며 온다.

마지막 꽃샘추위와 봄꽃씨를 가지고 제주섬으로 온다.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 복덕개에서 출발하여 제주도 전역을 돌며 봄꽃씨를 뿌린다.

이 시기를 제주사람들은 봄꽃씨를 뿌리는 달이란 뜻에서 영등달이라 말한다.

한라산과 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우도에 도달하여 배를 타고 떠나면 제주에 봄이 온다.


영등할망은 바람의 신, 봄의 신이며 비의 신, 씨앗의 신이다.

외부에서 찾아온 내방신(來訪神)이다. 

보름 동안 바다밭에는 해산물 씨앗을, 육지밭에는 온갖 곡식의 씨앗을 뿌린다.

할망이 가져온 바람은 겨울과 봄 사이에 제주에 불어오는 서북계절풍이다.

음력 2월 15일 남풍(마파람)이 불면 우도를 마지막으로 제주를 떠나간다.


영등할망을 따라다니며 보좌하는 신들도 있다. 

영등좌수는 풍류를 좋아하며, 한라산에 꽃을 피우는 꽃 성인이자 넓은 들에 곡식을 파종하는 곡물신이다.

영등우장은 비 날씨를 예보하는 신이다. 비옷을 입고 할망을 도와 비를 뿌린다. 


영등 좌수(왼쪽)와 영등 우장(오른쪽)


영등할망은 며느리를 질투하고 싫어하고, 친딸을 좋아한다.

영등며느리와 동행하면 날씨가 궂고 비가 쏟아지며 딸과 동행하면 날씨가 화창하다.

영등며느리는 할망의 기분을 맞추면서 바다밭에 전복, 소라, 미역, 전초 등 해초의 씨를 뿌려주는 해녀의 수호신이다.

영등호장은 평온하고 온화한 바람의 신이다.

영등할망이 오기 전에 호장이 찾아오면 날이 따뜻해져, 사람들은 봄이라 착각하여 옷을 가볍게 입는다.

하지만 아직 매섭고 차가운 꽃샘추위가 남아있다. 호장이 먼저 찾아온 해는 빨리 여름이 온다.

영등 며느리(좌) 영등 호장(우)

가파도에 와서,

"영등할망 오신다."라는 말을 듣고,

"어디요? 누구신데요?"라고 물었다가 주변이 크게 웃는 경험을 했다.

영등할망은 실제 할머니가 아니라, 바다에 부는 바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지금이 영등할망이 활동하는 시기이다.


마을 분들에게 영등할망의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 정보를 뒤져 간략하게 소개한다.

여러분도 놀림당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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