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8. 31.
1.
내일부터 2주일간 가파도 터미널을 공사합니다. 지은 지 10년 가까이 되었으니 보수공사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바닥은 갈라지고 곳곳에 녹이 슬어 제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곤란한 점은 보수공사를 위해서는 터미널 안에 있는 짐을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놔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책이 300권 정도 되고, 고양이도서관 책이 500권 정도 되니까 많은 책을 포장하고 제가 사는 집으로 임시로 옮겨놓을 예정입니다. 어제저녁부터 포장을 시작해서 근무 시간 이후에 주민 2분과 책을 포장했습니다. (아이스크림 한 개 사 드리는 걸로 수고비는 퉁쳤습니다.^^)
2.
짐을 정리하다 보니 아무리 작은 살림이라도 꽤나 많은 잡동사니 같은 짐들이 많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컴퓨터도 옮겨야 합니다. 프린터, 책장, 책꽂이, 샌들, 커피, 문구용품 등을 모아서 비닐 백에 담으니 한 가득입니다. 정리하는 김에 버려야 할 책도 정리하고, 버려야 할 짐들도 모아서 재활용 봉투에 담았습니다. 그 또한 한 짐입니다. 섬에 살아서 미니멀리즘으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건만 2년 동안 사들인 것들이 한가득입니다. 뒤늦은 후회로 가슴이 아립니다.
3.
공사가 시작되면 이 더위(?)에 선착장으로 나가서 매표를 해야 합니다. 입사하고 나서 처음 겪는 상황입니다. 이동용 발권기를 받아서 사용방법을 익혔습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습니다. 비수기라서 오고 가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나 같은 슬로 원 핑거 타이피스트라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덕분에 공사기간 동안 강제로 일주일 정도는 휴가를 얻었습니다. 고양시로 올라갈지 제주도를 돌며 관광을 할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4.
가파도로 혹시나 저를 보려 오시려면 공사기간에는 피해 주세요. 못 만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변이 어수선하니 마음도 번잡합니다. 다행인 것은 불볕더위는 지나간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선착장에서 에어컨 없이 근무를 해도 잘 버텨야겠지요. 공사가 끝나면 다시 원래 자리로 짐들을 옮겨야 하는 이사가 한 차례 더 있어야 하지만, 그야 그때 돼서 걱정하기로 합니다.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가을이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저도 잘 버텨보겠습니다.
<추신>
비가 오네요. 책을 옮겨야 하는데, 비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