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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장. 전문가의 직관은 어디에서 오는가

- 청년의 중용 읽기

by 김경윤

지극한 성실함은 신(神)과 같다.

(Therefore the individual possessed of the most complete sincerity is like a spirit.)


우리는 종종 자신의 분야에서 경지에 오른 대가(大家)들을 보며 감탄하곤 합니다. 마치 미래라도 보고 온 것처럼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는 투자자, 용의자의 작은 몸짓 하나로 사건의 진실을 꿰뚫어 보는 베테랑 형사,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신인 배우에게서 월드 스타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노련한 감독. 그들의 놀라운 통찰력과 직관은 때로는 신기(神氣)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들은 정말 미래를 보는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것일까요? 『중용』은 그 비밀이 바로 ‘지극한 성실함(至誠)’에 있다고 말합니다. 한 분야에 온 마음을 다해 몰입하고, 그 길을 쉼 없이 걸어온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미래의 조짐을 읽어내는 ‘예지(前知)’의 능력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신비주의적인 예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극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과정에 가깝습니다.

수십 년간 수많은 기업을 분석해 온 투자자를 생각해 봅시다. 그는 단순히 차트나 재무제표 같은 숫자만 보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할 기업의 CEO를 직접 만나 그의 눈빛과 철학을 읽고('사체, 四體'의 움직임을 봄), 시장에 나온 신제품에 대한 젊은이들의 미세한 반응을 살피며('시귀, 蓍龜'의 조짐을 봄), 그 기업이 속한 산업 생태계 전체의 보이지 않는 흐름을 감지합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수십 년간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와 경험이 빅데이터처럼 축적되어 있습니다. 그의 지극한 ‘성실함’은 그의 뇌를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고성능 분석 엔진으로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아주 작은 조짐, 즉 ‘미래의 씨앗’을 현재 속에서 발견해 낼 수 있습니다. 국가가 흥하려 할 때 나타나는 상서로운 조짐(禎祥)과 망하려 할 때 나타나는 요사스러운 조짐(妖孽)을 남들보다 먼저 감지하는 것이죠.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도 일상 속에서 이런 직관의 순간을 경험하곤 합니다.

오랫동안 아이를 키워온 엄마는 아이의 표정이나 목소리의 미세한 변화만으로도 아이가 어디가 아픈지, 무슨 고민이 있는지 직감적으로 알아챕니다. 이는 엄마가 아이에게 쏟아온 지극한 사랑과 관심(至誠)이 만들어낸 놀라운 통찰력입니다.

한 가지 취미에 오랫동안 깊이 몰입해 온 사람은, 이제 막 시작한 초보자가 보지 못하는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고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전문가의 ‘직관’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비한 능력이 아니라 ‘땀으로 응축된 시간의 지혜’입니다. 한 분야에 대한 지극한 성실함은 우리의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고, 복잡한 현상 속에서 핵심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깊은 눈을 뜨게 합니다.


“지극한 성실함은 신과 같다(至誠如神).”

이 말은 우리가 신처럼 전지전능해질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해 몰입할 때, 우리의 잠재력이 신의 경지에 가까울 만큼 놀랍게 발현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당신이 지금 쏟고 있는 그 지극한 정성이, 바로 당신을 미래로 안내하는 가장 밝은 등불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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