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단상 18 : 성(sex)

#성(sex)

by 김경윤
수많은 성이 자연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 모든 성들이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남성과 여성만을 특권화할 근거를 자연에서는 찾을 수 없다.


성(sex)은 생물학적으로 구분되는 종류를 말한다. 전통적으로는 남성(男性, male)과 여성(女性, female)으로 대별된다. 그러나 생물 종에는 남성, 여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물 중 지렁이가 대표적인데 지렁이는 자웅동체이다. 식물에는 자웅동체가 더 많다. 호박, 오이, 옥수수, 소나무 등이 그 사례이다. 남성과 여성이 한 몸에 공존한다. 인간 중에서도 남성과 여성이 아닌 그 사이에 존재하는 성이 있다. 이른바 간성(間性, intersex)이다. 간성(間性)은 여자와 남자의 생식기를 모두 가지고 있거나(《세조실록》에 나오는 사방지는 남녀한몸[二儀]이었다.), 염색체는 여자인데 생식기는 남자인 경우, 반대로 염색체는 남자인데 생식기는 여자로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성염색체로 표현하면, XX이거나 XY만 있는 것이 아니라, X, XYY, XXY, XXYY, XXXXY도 있다.

여기에 성(性)이 더 붙여서, 여성성이나 남성성이라는 말을 설명하자면 실로 복잡하다. 상징적 대비로는 음/양, 어두움/밝음, 낮음/높음, 부드러움/딱딱함, 유연함/경직됨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심리학적으로는 아니마(anima)/아니무스(animus)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주의할 점은 남성과 여성을 하나의 성질이나 특성으로 고착시키고 자연화(自然化.naturalization)하려는 경향이다. ‘남성답다’, ‘여성답다’라는 표현이 바로 그러한 자연화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볼 때, 남성이나 여성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그 사이에 수많은 성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수많은 성이 자연에 존재한다는 것은 그 모든 성들이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남성과 여성만을 특권화할 근거를 자연에서는 찾을 수 없다. 인간이라고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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