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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피,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라면 이런 실험을 해본다!

한국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기_ 포르쉐 포트폴리오 _ 실전 투자 실험

by the 샵 Shifter

이 글에서 소개하는 실험적인 투자방법은 절대 따라 하지 않으시기를 경고드린다! 그 어떤 교과서나 전문가도 다루지 않은 방법이고, 필자 역시 처음 시도하는 매우 위험한 실험이다. 다만, 가장 sophisticated한 투자자들이 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지를 일견하자는 의미에서 공유하는 것이다. 필자에게는 아무도 그런 기회를 준 적이 없었기에 아쉬웠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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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하지 않는 시장에서는 방향보다 리듬을 읽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식시장은 오랜 세월 '박스피'라 불려왔다. 코스피 지수가 일정한 범위 안에서 오르내리기만 하고, 명확한 상승 추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이 마치 상자 속에 갇힌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는 저성장에 고착화된 한국 경제, 낮은 기업 수익성과 미흡한 주주환원 정책,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이 지목된다. 어떤 전문가는 박스권 탈출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고, 또 다른 전문가는 정부 정책과 기업 혁신에 따라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필자는, 최근 트레이딩의 귀재로 불리는 절친이 던진 원인과 해석, 그리고 대응 아이디어에서 훨씬 실감나는 통찰을 얻었다.

“한국 시장은 왜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그의 대답은 간명했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는 ‘제로섬 게임’이다


미국 주식시장은 자사주 소각, 연금자금 유입, 외국인 투자라는 세 축이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플러스섬 게임’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401K와 같은 퇴직연금 시스템은 지속적인 장기 투자자금의 유입을 가능케 한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은 유통주식을 줄여 주가를 물리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적 힘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미국 시장은 바닥을 단단히 다지는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되기 때문에 우상향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갖춰져 있다.


그러나 한국 시장은 다르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거의 없고, 기존 자금 안에서의 쟁탈이 반복되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의 자금은 유입과 유출이 반복되는 유동성 중심의 자금이고, 장기적으로 증시의 하방을 받쳐줄 고정적인 자금이 부족하다. 결국 한국 시장은 실질적인 수급 기반 없이 매매 수익을 둘러싼 투기성 공방이 지속되는 치열한 구조인 것다.


시장 전체가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고 쌓여가는 구조여야 한다. 그 역할을 미국에서는 퇴직연금과 기업이익이 수행하고 있다면, 한국 시장은 그 역할이 비어 있다. 연기금은 점차 국내 비중을 줄여가고 있고,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이처럼 구조적 기반이 부족한 한국 증시는 상승 흐름이 만들어지더라도 지속되기 어렵다.이 점이 바로 박스권의 본질적 원인이며, ‘박스피’라는 별명이 단순한 현상이 아닌 구조적 결과임을 시사한다.


한국시장에서 연금은 더 이상 시장의 버팀목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여 년간 국내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여왔다. 실제로 국내 주식의 목표 비중은 △2013년 20.0% △2018년 18.7% △2023년 15.9% △2024년 15.4%로 꾸준히 축소되어 왔다. 또한 국민연금은 향후 국내 주식 비중을 매년 0.5%포인트씩 줄여 2029년 말까지 13.0%까지 낮추기로 했다. 2025년 말 목표 비중 역시 전년 대비 0.5%포인트 줄인 14.9%로 설정된 상태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줄이기로 한 배경에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있다. 먼저, 기금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3년 내에는 투자 수익의 일부를 실제로 인출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더 이상 자금을 축적하는 국면이 아닌, 자산을 매각해 운용해야 하는 현실이 코앞에 온 것이다.


또한 기금의 덩치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자국 증시 쏠림'이라는 리스크도 동시에 부각되고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 중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2% 미만)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추가 유입 자금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국민연금은 점점 더 국내 주식의 순매도자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연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고정된 수치가 아니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지표라는 사실 또한 잊지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2024년 말처럼 미국 주식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한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는, 국민연금 내 국내 주식 비중이 인위적인 조정 없이도 급속하게 낮아지게 된다. 실제로 2024년 말에는 이 비중이 11.5%까지 하락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오히려 강력한 매수 주체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는 2025년 초 지속적인 매수세로 이어졌다. 결국 증시 주변 자금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투자자는 항상 그 흐름을 민감하게 읽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개인이 관리하는 연금도 마찬가지다


개인연금계좌 역시 한국 증시에 우호적인 유입자금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먼저, 연금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낮다. 2022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퇴직연금의 86.4%는 원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되어 있다. 이는 미국의 경우 퇴직연금 자산 중 50% 이상이 주식에 투자되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즉, 자산의 성격 자체가 위험자산 회피에 가깝기 때문에 증시 유입 자산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연금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 ETF에 투자할 경우, 연금 수령 시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일정 금액 이상이면 16.5%의 기타소득세를 부담하게 된다. 이는 일반 계좌에서 비과세인 국내 ETF 매매차익과 비교했을 때 명백히 불리한 조건이다.


연금계좌의 가장 큰 혜택은 과세이연과 저율과세인데, 이 혜택은 해외 주식이나 채권, 원자재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투자상품에만 한정된다. 이 때문에 최근 연금자산을 활용한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은 구조적으로 소외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은 정반대다. 401K를 중심으로 한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는 자국 증시에 안정적인 장기 자금 유입 통로를 만들어왔다. 401K 계좌 내에서 자국 주식 ETF에 투자해도 과세상 불이익이 없으며, 정부가 제공하는 세제 혜택으로 인해 장기 투자 인센티브도 강하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미국 증시는 장기적으로 자금이 쌓이며 우상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은 어떨까? 기대해도 될까?


자사주 소각은 본질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방식이며, 장기적으로 증시의 구조적 상승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시장에서 매입하고 이를 소각하면 유통주식수가 줄어들고, 주당 순이익(EPS)은 증가한다. 이는 곧 기업의 내재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지고, 그 결과 주가는 정당한 상승 압력을 받게 된다.


2022년, 미국 기업들은 전체 시가총액의 약 2.87%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매입했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매입한 자사주는 대부분 소각하고 이러한 자사주 소각 규모는 매년 일정한 수급의 탄탄함을 만들어내며, 미국 증시가 연평균 3%씩 구조적으로 우상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는 단기적인 수급 요인이나 기대감이 아니라, 수학적으로 정당화된 가격 상승의 근거다.


반면, 같은 해 한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시가총액의 고작 0.28%에 불과했다. 자사주 소각은커녕, 자사주를 단순히 보유만 하고 있거나, 때로는 오히려 직원 스톡옵션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주주가치를 높이기보다는 내부 이해관계자 중심의 정책이 여전히 강하다는 반증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기업이 자사주를 통해 증시 하방을 지지하고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구조적 메커니즘이 약하다. 이는 미국과 같은 우상향 가능성이 물리적으로 낮다는 뜻이며, 외부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않는 한 박스권에서 벗어나기 힘든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결국 박스권이라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방향을 예측하기보다는 리듬을 읽는 것이다.


박스 상단에서는 매도를 준비하자.


한국 시장은 제로섬이다. 과매수 상태에서 상승 여력은 줄어들고, 하락 가능성은 커진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지표로는 RSI, OBV, 스톡캐스틱, MACD 등이 있다. 그중에서도 RSI와 OBV는 경험적으로 가장 유효한 신호를 준다. RSI가 70을 넘는 과매수 구간에서 매도 시점을 찾고, 일정 비율로 현금화해 시장에서 잠시 빠져나오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보다 과감한 숙련된 투자자라면 풋옵션을 매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RSI나 OBV의 매도신호를 기계적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자금 흐름과 투자자 심리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거나, 예금과 부동산에 묶여 있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기술적 과매수 신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풋옵션을 매수하는 것은 오히려 자멸로 이어질 수 있다. 매도 전략을 세울 때에는 다른 투자자의 움직임을 읽는 시야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박스 하단에서는 매수를 준비하자. 다만 신중하게.


급락장에서는 “추락하는 것에 날개는 없다”는 냉정한 진리가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PBR이 0.8 수준일 때는 반등의 가능성이 높았고, 연기금 역시 이 구간에서 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있었다. 이 시점을 매수 타이밍으로 삼되, 철저한 분할매수와 여유자금 확보는 필수다.


실험하는 삶, 즐기는 투자


이 글은 하나의 공격적인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이론이 아니다. 통계로 검증된 사실도 아니다. 다만, 필자의 오랜 친구이자 트레이딩의 귀재로 불리는 지인이 주장한 아이디어이고, 그 아이디어에 기대어 작게나마 자금을 얹어 함께 실험해보려는 시도다.


투자는 언제나 확신보다 유연함이 중요하고, 계산보다 감각이 필요할 때도 있다. 상자에 갇힌 시장이라면, 그 안에서의 호흡을 익히자. 누군가는 방향을 기다릴 때, 우리는 리듬에 맞춰 나아가면 된다. 그것이야말로, 박스피 시대를 견뎌내는 지혜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또한 투자하는 즐거움 아니겠는가? 필자가 늘 마음 한 켠에 두고 사는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é Kostolany)처럼 투자를 즐기는 삶의 유희 중 하나라는 말이다.


◐ 고전음악을 즐기고 좋은 담배를 피우며 증시에 대해서 신중히 생각하는 것, 이것은 나에게 가장 큰 기쁨이었다.

◐ 내가 투자할 때 심각하게 고려한 것은 돈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스스로의 결정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 나에게 투자행위는 '지적인 도전 행위'였다. 나는 항상 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자 했으며, 이러한 태도야말로 투자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전제라고 생각한다. 나에게 있어 돈은 목표를 향한 수단에 불과했다.

_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é Kostolany, 1906~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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