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변동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갑작스럽지만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 팀에 오고 나서 부터 불안정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건 내가 어느덧 연차가 쌓이게 되어 회사의 분위기를 잘 읽기 때문이 아니라 피부로 와닿을 정도로 완전한 조직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팀은 지난 조직 개편 때 급조 되었다. 우리 팀의 업무가 회사에 새로 생겨난지 얼마 되지 않았거니와 경영진들의 무관심에 의하여 혜택 아닌 혜택을 받게 되었다. 기존에 있던 팀에서 분리 되어 단독 팀이 되었다. 우리는 편해졌지만 덕분에 하나의 조직으로서의 평가를 받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경영진은 호시탐탐 조직의 해체를 노리고 있었다. 조직이 생겨난 이래 놀랍지도 않은 일들이었다.
사실 길어야 해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 생각 했다. 이 팀은 존재할 가치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것을 나조차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당장은 편한 현실과 그렇게 어렵지 않은 업무와 이전 조직에서 탈출 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는 만족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예상대로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다.
이 팀에 오게 된 이유를 다시 생각 해 본다. 이전 조직에서 너무 과도한 업무를 맡았던 탓에 당장 눈앞의 탈출만 보고 이 조직에 들어온 것도 있다. 아니 사실 그 이유가 가장 컸다. 업무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 또한 크게 작용했다. 겉으로 보기엔 그랬다. 100% 다르다고 볼 순 없지만 내가 원한 방향이 아니라는 건 지금은 알 수 있다. 1년 내내 바빴던 이전 팀과 달리 이 팀의 업무는 시즌이 있다. 모든 업무가 그렇긴 하겠지만 현재 내 업무는 정말 시즌이 끝나고 나면 할 일이 제로가 되어 버린다는 차이가 있다. 아무 일도 할 것이 없다. 또 다시 시간이 흘러 시즌을 맞이 할 때 까진.
그렇기 때문에 더욱이 이 조직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헤 보게 된다. 그리고 지난 조직과의 저울질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바쁘고, 또 바쁘고, 일을 하는데도 일 할 시간이 부족한 팀에서, 인정하자면, 많이 배웠다. 대신 혼나기도 많이 혼나고 남 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다. 대신 그만큼 다른 동기들에 비해 성장도 빨랐다.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이전 팀에서 신입이고 뭐고 하루 빨리 1인분을 했어야 했다. 지금 생각 하면 어떻게 버텼나 미친 짓 같지만 그 때문에 현재 팀으로 와 편한 점도 분명 있었다. 때문에 지금의 무료함과 지루함, 정말로 아무 일도 없는 하루를 맞딱뜨릴때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심지어 최근엔 자괴감이 들기도 했다. 이렇게 힘들게 출근 해서 가만히 8시간을 앉아 있자니, 내가 지금 뭐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월급을 받아도 기쁘지 않고 의미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것만 관망 했다. 이게 과연 옳은 삶일까?
일 다운 일을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을 애써 무시한 지난 시간들이었다. 바쁜 시즌이 올때면 답이 없는 질문들을 떠올리지 않아도 됐다. 그래도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나와 이 업무, 이 팀이 맞지 않다는 것을.
그러던 차에 조직이 변동 될 수도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실 가능성이 아닌 확정이리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현재 내게 가장 잘 풀리는 길은 이전 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게 운이 좋았다고 할 순 없다. 시간이 흘렀기 때문에 이전 팀에 대한 기억이 흐려져 미화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그때의 일기를 꺼내보면 과거의 나였음에도 우울함이 점철 되어 낯설기까지 하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
또 다시 가뜩이나 시간도 많은데 답이 없는 질문들이 뇌를 가득 메운다. 나는 이 질문들에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없다. 그럴 수 있었으면 이미 이 회사에서 나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도 내가 할 수 있는건 그저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의 말로 기분을 표현 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가? 사실, 고여있던 물이 이제야 흐르기 시작하는 걸 수도 있다.
지금까지 지겹도록 고여 있던 걸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