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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장인조커 Dec 15. 2019

직장인 치킨게임

평범한 직장인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경제 및 정치 분야에서 쓰이는 치킨게임이란 용어가 있다. 겁쟁이(Chicken) 게임이라고도 하는데 결투를 벌이는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각자 차를 타고 서로를 향해 정면으로 속도를 높여 달린다고 했을 때 3가지 상황이 나올 수 있다.


1. 양쪽이 충돌해 서로 큰 부상을 입거나 죽는 상황

2. 둘 다 피해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상황

3. 한 사람만 방향을 틀 경우에는 겁쟁이가 되어 명예와 최면을 잃는 최악의 결과, 반면에 피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승리하는 최상의 결과


치킨게임에 참가자들이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양쪽 다 피하지 않게 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요즘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이런 치킨게임에 참가자가 된듯한 기분에 자주 빠지곤 했다. 게임의 상대방들은 매번 바뀌는..


지난 9월은 회사생활의 기쁨과 고통이 함께 찾아온 달이었다. 회사생활을 하며 위기의 순간들은 있었지만 더 이상 경험했던 것들 이상의 고통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예상을 비웃듯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간이었다.


나 자신의 이런 연약함을 보며 스스로도 놀라며 실망을 했다. 환경이 마인드를 지배한다는 말처럼 기세가 한 번에 꺾이듯 고스란히 외부에 발산되었다.


영업일 첫날 지점 목표 100%를 달성하며 전사 1등의 기쁨도 잠시 지점이 영업소로 격하되어버리는 고통이 함께 찾아왔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업무를 하는 것

이런 상황에 빠져버린 거지라는 불평과 분노도

계획했던 일들이 소용 없어져버리는 허무함도


시간이 흐르면서 옅어지고 익숙해져 갔다.


게임의 상대방들은 매번 바뀌지만
나는 그대로인 치킨게임

어느 순간 이렇게 살다가는 영혼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혼자 치킨게임에 빠져 있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지점이 영업소가 되어 겪는 일들 중 한번 감사한 일들이 무엇인지 관점을 달리 보기로 했다.


1. 보험회사 지급 창구 업무 배울 수 있다.

내가 지급 창구 고객을 많이 응대한다고 해서 누가 알아주지는 않겠지만 배우는 입장으로 감사한 마음을 갖자. 또한 경력직으로 입사한 지 1년도 안된 상황이라 회사 전산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내방고객이 많다는 건 그만큼 가망고객들도 많다는 것이다.


2. 혼자가 아닌 것에 감사하자.

요청했을 때 거절하지 않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는 것에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자.(혼자였으면 어쩌면 진작 포기했을 수도)


3. 좀 더 공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9월 전에 비해 물리적 정신적 여유가 더 생긴만큼

법인 관련 공부, 책 쓰기 등 퍼스널 브랜딩에 투자하자.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관점을 달리하여 감사한 일들이
무엇 인지 보기로 했다

근무하는 곳의 지리적인 특성상 방문하는 내방고객이 꽤 많은 편이다. 이와 함께 고객들의 연령대도 높은 편이다 보니 접수를 할 때 필요한 서류들이 누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대부분의 고객들은 좋게 돌아가지만 간혹 짜증을 내거나 큰 소리를 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뿐 아니라 계약자가 사망한 경우, 법인계약, 연금전환, 계약 관련 불만사항 등 필요서류가 복잡하거나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정기보험인데 왜 만기환급금이 없는지 분명 100% 환급을 받는다고 명을 들었다, 내가 여기 사장을 잘 알고 있으니 주소를 알려달라, 연금저축 만기 해지 시 손해를 보는 것에 대한 완벽한 설명을 해달라 등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과의 상담을 마치고 나며 기가 전부 소진되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한 고객은 방문 전 콜센터와 통화를 하고 왔다면서 보험금 신청하고자 했다. 회사 전산을 통해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보험금 청구와 관련된 계약정보가 나오지를 않았다.(정상 계약 1건과 시효 및 해지된 보험들은 있었다) 고객은 본인은 분명 통화를 하고 왔으니 무조건 보험금을 타야 한다면 반복적인 강한 어조로 요청을 했다. 불필요하게 싸울 필요도 없으며 대기 중인 다른 고객분들의 업무도 있어 일단 접수를 했다. 얼마 후 담당부서에서도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었고 다시 고객분께 연락을 해보니 확신에 찼던 어조가 조금 변해있었다.


"생각해보니 보험회사를 착각한 것 같은데요, 거기 ○○보험회사 아닌가요?"


알고 보니 다른 회사의 콜센터에 연락을 했던 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그래 차라리 잘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낭비된 내 노력과 시간보다 고객의 착각으로 인해서 별 탈 없이 그 업무가 마무리되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 100% 만족 수 없고 불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선택지는 2가지다. 1가지는 끊임없는 불평과 불만으로 감정 소모를 하는 것, 1가지는 출근 길 or 출근 후 크리스마스 재즈 캐럴을 들으며 아메리카노와 함께 하루를 준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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