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삼이칠 Mar 13. 2024

나 혼자임을 인정하노라.

저 나무 위에 있는 새 알 하나같은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한다.

사진: UnsplashJanosch Diggelmann

인정하는 것도 때로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제 4년 차 그동안은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닌 척 꿋꿋하게 살아왔다.

친구도 잘 지내서 다행이고, 때론 넘 잘 지낸다고 했다. 스스로도 그런 줄 알았다.

오늘 친구와 통화하면서 울고야 말았다. 감정이입된 영상을 보고 울었다고 말하면서 또 눈물이 나와 멈추질 않았다. 그동안 혼자 느꼈던 그런 서운한 감정들이 밀려와 나에게 인정하라고 독촉한다.

더 이상은 막을  길이 없다. 순순히 항복~ 나 혼자고 앞으로도 혼자 살아야 할 날이 무섭고 두렵노라고~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고 그렇게 말한다.


광양매화축제가 있는 줄 올해 첨 알았다. 아니 관심이 없었던 걸 거다.

이틀 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예전 담양 혼자 패키지여행에 대한 다소 힘들었던 기억에 용기가 나지 않아 망설이던 차에 점점 멀어지고 있는 여행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토요일 아침 6:30 예약한다.

물론 1인예약했다. 왕복 8시간을 차 안에서 묵언수행할지도 몰라 고민했었다. 담양 때는 그나마 여행 다녀와서 엄마에게 폭풍수다를 떨었는데 집에 와도 말할 사람이 없다. 그래도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수더분 모드로 1인여행자가 있는지도 체크해 보고 동행자가 있어도 말해 볼 사람이 있는지도 볼 것이다. 친구의 친구도 지난주 일요일에 놀러 갔다 왔다고 한다. 좋았다고 한다.

친구에게 울어재껴 가뜩이나 코맹맹이가 더한 목소리로 "토요일 오후 12시경에 전화해 주라~ 그래야 좀 왕따이미지 벗어나니~"하니 알았다 한다. 5년만 혼자 잘 놀러 다니라 한다. 그 이후에는 같이 놀려 다녀 준단다.



봄이 되면 여행을 다니고 싶고 입을 이 없어 고민이 많을 텐데 지금의 나의 상황은 입을 옷이 많아 봄이 좀 더 었으면 싶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렇다. 뭘 입어야 할지 고민이 아니라 어떤 걸 입어야 할지 고민이다. 거의 1일 1 구매하다 보니 미니멀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새 종류 중에 암컷에 구애하면서 주위에 있는 것들을 잔뜩 자기 몸에 붙이는 새가 된 기분이다.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자꾸 포장하기 위해 이것저것 사는 모습이~ 그런 모습도 꼭 안아줄 것이다. 불쌍하고 안쓰러우니 가만히 바라볼 것이다.

이것도 다 때가 되면 정신 차릴 거라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미인보다 쿨한 여자가 매력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