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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한조각 Jan 04. 2022

집안일의 지분은 누가 가장 많을까?

엄마인 것이 뿌듯한 순간


엄마의 집안일을 인정받기를 바란 적은 없다. 하지만 나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알아줬으면, 한 적은 있었다. 


정말 그런 일이 생기게 될 줄이야? 




얼마 전 3학년 아이가 사회시간의 가족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서 알아보고 그 모습을 살펴보는 과제가 있었나 보다. 일요일 가족회의를 마치고 나서 조사를 해야 한다며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식구들에게 질문을 건넨다. 


아빠, 아빠는 집안일 몇 개 하는 거야?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하는 것을 체크하는 거야.
어쩌다 한 번 하는 거 말고!


아빠와 동생들, 자기까지 누가 어떤 일을 하는지 살펴보고 질문하고 구체적으로 몇 번을 했으며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여러 번 물어본다. 이런 모습을 보면 누구를 닮아 이렇게 똑 부러지나 싶다. 신랑은 아닌 것 같고, 나는 구멍이 숭숭 뚫린 사람인데, 큰애는 깜짝 놀랄 정도로 정확하고 야무지다. 


'그런데 나한테는 왜 질문을 안 하지? '


조금 기다려보았다.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가 무엇을 하는지 몇 번을 하는지는 아이들도 다 보고 있기 때문에 따로 안 물어봐도 된다고 한다. 


엄마는 거의 다 해당되는 것 같아.
근데 우리 집엔 소파 없으니까 소파 정리는 빼고,
반려동물도 없으니까 빼고.....



25가지의 집안일을 적어왔는데 그중에 우리 집에 없는 것들을 빼고 나머지는 거의 다 해당된다고 한다. 이 목록은 어떻게 결정하게 된 것일까?  


딸, 이 목록은 네가 혼자 생각한 거야? 아니면 누구랑 같이 했어? 궁금하다.



한참을 동생들과 토론을 하다가 고개를 들고 이야기를 한다. 


응 엄마. 학교에서 한 거야. 
 수업시간에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다 같이 결정한 거야.
그래서 우리 집에 없는 것도 있어.




생각보다 신랑이 집안일을 많이 하고 있는 것에도 놀라웠다. 14개나 해당되다니! 저는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며칠 후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메달을 하나 걸어준다. 


엄마, 고마워.




주책없이 눈물은 왜 나오려고 하는지.

사실 이때 이후로 일주일이 지난 이후부터 예전처럼 돌아갔다. 집안일은 거의 다 내 몫이지만, 냉장고에 걸어둔 이 메달을 보며 미소 지어본다. 


잠깐이나마 엄마를 생각하며 이 메달을 만들었을 아이의 마음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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