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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Apr 03. 2024

맛있는 책, 일생의 보약

성석제

작가가 된다는 것은 글을 계속 쓰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글을 계속 쓸 수 없는 상황을 나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어 버린다는 것이다.


66쪽 책을 읽으면서 내 정신세계가 무슨 보약을 먹은 듯이 한층 더 넓어지고 수준이 높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몇백 년 전 글을 쓴 사람의 숨결이 글을 다리로 하여 내게로 건너와 느껴지는 경험을 처음 해 보았다.


내게는 글을 쓰는 것 말고도 다른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회사에는 직원으로서 가정에서는 아버지로서 집안에서는 살림꾼으로서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았다. 할 일들에 치여 번아웃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나는 자기 전 내가 무엇인가를 읽고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요즘은 뜸한 감사일기를 다시 쓰고 며칠 건너뛴 트위터에 글을 쓰고 밀린 글감들을 읽으며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 나는 쓰는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글을 계속 쓰고 있었다. 매일 쓰지 않아도 글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 숙성이 되어야만 글이 나왔다. 매일 규칙적으로 쓴다고 해서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글을 읽고 내 마음이 움직여야 내 펜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 자 한 자 물 흐르듯이 흘러가고 있었다. 억지로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글은 웅덩이를 만들고 다시 다른 곳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게 원래 내 글이었던 것처럼 나는 내게 쓰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을 반성하며 나도 다시 박지원의 책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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