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긴 여정을 시작하기 앞서 (3)

(3) 꿈을 현실로, 파리로 떠나다.

by 숨터

겨우 커트라인은 넘겼지만, 말 그대로 겨우 넘긴 수준이었다. 교환학생은 영어성적이 그 무엇보다 중요했고, 학우들의 영어성적은 정말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교환학생에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러나 퇴사까지 했는데 해외로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은 내게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기에 프리무버, 워킹홀리데이 등 대비책도 다양하게도 알아봤다. 이런 간절한 마음이 자기소개서에 담겼는지 커트라인을 겨우 넘긴 영어 성적에도 불구하고 2 지망에 합격했다. 학교 포털에 들어가 결과를 확인했을 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머리가 저릿한 기분이 들었다.


합격이 맞나? 새로고침해봐도 정말 이건 실화였다.

내가 정말 파리에 간다. 그것도 교환학생으로!




엄마와 떠났던 유럽여행 당시 적어둔 블로그 글이다. 내가 여유롭게 파리로 갈 수 있는 시기가 온다는 걸 당시의 나는 절대 모르겠지?


스티브잡스의 Connecting the dots 영상을 참 좋아한다. 정말 각자의 점들이 이어지기 전까지는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그 많은 후보 중에서도 특히 파리라는 도시로 가게 된 이유 역시, 당시에는 몰랐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확실히 알 수 있다. 나는 그저 후회 없이 교환학생을 즐겼고, 매일의 이야기와 감정을 차곡차곡 남겨두었다. 덕분에 추억을 먹으며 살아가고, 또 글을 쓰고 있다.




"지난 번은 그냥 여행이었다면 이번 여행은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고 했다. 내 심장이 끄덕끄덕했다. 여행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게 있어 여행은 시간을 벌어오는 일이었다. 낯선 곳으로의 도착은 우리를 100년 전으로, 100년 후로 안내한다. 그러니까 나의 사치는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감히 시간을 사겠다는 모험인 것이다."

-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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