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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May 15. 2022

필자의 최우선 버킷 리스트 AXIOM & MAESTRO

사운드디자이너의 이어폰이야기는 싱가포르의 Effect Audio

Sustainability, Versatility, Experience

Effect Audio는 이어폰 케이블 세계에서는 매우 유명한 싱가포르의 개발사로서 최고급 IEM케이블 브랜드이다. 그리고 이들의 유니버설형 이어폰인 Axiom 에는 3가지 테마가 함축되어 있는데 Sustainability, Versatility, Experience이다. 리사이클이 가능한 소재가 쓰였으며. 레퍼런스 수준의 사운드 시그니쳐를 발휘하고, 장시간 사용에도 귀에 부담이 없는 구조를 지니는 등 매력적인 기능이 가득한 IEM이다.

AXIOM & MAESTRO

Axiom에는 MU System Module이라는 독자 시스템을 가지는데 유저는 이어폰 케이블에 맞추어 0.78mm 2 pin 혹은 mmcx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실 이제까지 이어폰 측의 플러그를 교체하는 기능은 없었는데 Effect Audio는 케이블 전문 메이커로서의 기술적 강점을 어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한 가지 이 이어폰에는 표준 케이블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특징이다. 참고로 필자는 Effect Audio의 VOGUE SERIES인 MAESTRO를 사용하여 리뷰를 진행하였다.

Axiom은 LCP 서스펜션을 장착한 12mm 마그네슘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하고 있으며, 이 드라이버는 저음에 더해 중음역에 특화되어 있다. 그리고 dual Knowles BA 드라이버도 함께 장착되는데 이는 고음역을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하이브리드 2-way 크로스오버 설계는 Effect Audio 독자의 RC 아키텍처를 반영한 것으로서 4,800Hz에 크로스오버 포인트를 두므로 저음을 더욱 단단하게 하면서도 부드러운 아티큐레이션을 실현한다.

그러면 이제 사운드를 들어볼 차례이다. 솔직히 AXIOM과 같은 가격대의 제품을 만나게 되면, 우선 갖게 되는 가장 큰 편견? 은, 당연히 모든 평가항목에서 all A+은 나와줘야 할 것, 그리고 특별한 무엇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바람이나 기대가 아니라 무조건적인 의무이다. 이 가격에, 타제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독설이라도 뿜을 자세로 귀에 꽂게 되는 이 심리는 무엇일까. 아무튼 나에게는 흔쾌히 반갑지만은 않은 가격대로 마음의 날이 선 상태인 채, 시청을 시작하였다.

AXIOM의 저음역대.

AXIOM은 태평양 같은 저음을 갖고 있다. 저음의 깊이와 너비와 넓이를 측량하기 어려운 범위이다. 충분함이 아니다. 충분함이라는 말은 어떤 제한된 영역이 채워질 때 쓰는 말이기 때문이다. AXIOM의 저음역대는 충분함을 넘어서서 결코 가늠해서도 할 수도 없는 분량이다. 끝도 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듯, 깊은 저음의 영역을 하염없이 들어본다. 초저음역대의 파장의 흔들림이 굵고 무거운 곡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사운드를 듣고 있으며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망망대해와 같은 새로운 공간 속에 푹 잠기게 된다. 깊은 바닷속 심해에는 인간이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거대 생명체들이 존재한다고 하는데, 그 생명체의 무게감을 우리가 소리로 느끼려면 AXIOM을 쓰면 되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그럼 저음의 양만 많을까. AXIOM의 저음은 타격감과 탄력성에서도 스마트하다. 가격할 목표점을 명확하게, 그리고 정확한 타이밍에 맞아떨어지는 느낌에 가슴이 다 후련하다. 밀도 높고 탄력성 좋은 저음들의 바운싱은 필자의 목에 탄력을 붙여주어 어느새 바운스를 하게 만든다. AXIOM의 저음역대는 대통(大通)이다.

AXIOM의 중음역대.

AXIOM은 중음역대만을 위한 무대가 꾸려져 있다. 그래서 따듯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리고 윤기 넘치는 중음역대의 선율들이 자세히 들여다 보인다. 중음역대의 선율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되면 어떤 감흥이 오는가. 우리가 늘 보던 튤립, 장미, 개나리와 같은 꽃의 꽃잎을 좀 더 들여다볼 때 느끼는 깨달음의 순간이 온다. 꽃잎의 형태와 색의 정교한 변화가 눈에 들어올 때, 늘 보던 꽃의 특별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AXIOM의 중음역대 무대에 오르는 악기들과 보컬은, 늘 듣던 듣기 좋은 선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좀 더 정교하고 아름다운 형태를 가진 각자의 아름다움을 구구절절 자랑하는 사운드로 변모한다. 이렇게 중음역대의 매력을 알고 들으면 AXIOM의 중음역대 무대에 세워보고 싶은 음악들이 늘어날 것이다. 마치 사운드 돋보기로 무대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말이다. AXIOM의 중음역대도 역시 대통(大通)이다.

AXIOM의 고음역대.

AXIOM의 고음은 주의를 요한다. AXIOM은 다른 음역대에서 증명해온 바에 따라 각 음역대의 모든 것을 웅장하고 여실히 보여주는 능력이 있는 제품이다. 그리고 고음역대에서도 일관하는 모습이다. AXIOM의 고음역대는 자세하고 감춤이 없다. 고음이 갖는 거침없음과 활개를 치는 에너지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치찰음들을 가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볼륨을 높여서 음의 파장에 나가떨어지고 싶은 청자에게는 고음역대 주의선을 그어주어야 한다. 이것이 굳이 언급해야 할 AXIOM의 단점일 것이다. 하지만 AXIOM은 최고 볼륨까지 굳이 올리지 않아도 최고 볼륨에서 기대하는 고음의 역량을 들려준다. 그러니 볼륨으로 손해 볼 고음역대가 아니다. 그저 궁금한 것은 AXIOM의 최고 음량에서의 고음역대는 어떤 사운드일까 하는 것이다. 마치 제한구역 마크가 붙은 문 뒤가 궁금한 것처럼, AXIOM이 가리지 않은 치찰음 영역대 너머가 궁금하다.

AXIOM의 무대 역량을 보자.

AXIOM은 무척 개방적이다. 공간의 광활함에 감상하는 내내 시원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AXIOM은 시원한 장소에서 느끼는 힐링을 준다. AXIOM의 사운드는 온기가 있지만 개방적인 공간에서 오는 시원함이 있어서 청량함이 있다. 오케스트라의 대편성 곡이나 재즈 앙상블에서의 악기 간의 배치 또한 간격이 넓지만 공간에서 유기적인 짜임으로 조직감 있게 선율들이 채워져 간다. 선율들의 입체감은 이미 따놓은 당상이다. 온기와 윤기감 역시 최적화되어 있다. 필자가 처음에 말했듯이, 이 가격에서 구비해야 할 빌트인 조합은 모두 갖추었다. 그렇다면 +something이 있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필자가 AXIOM을 통해 매우 좋게 느낀 것 하나가 있어 조금 설명하고자 한다. 스마트폰의 줌 기능에 익숙한 우리는 어지간한 것은 돋보기를 갖다 대듯 다 확대해서 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줌 기능으로 크게 확대했을 때 깨지지 않는 화질을 가진 기계를 선호한다. 요즘은 화질의 전쟁시대라, 고화질이라는 단어를 넘어서 초고화질이라 부르는 단계까지 이르고 있다. 사운드에서는 어떨까. 화면처럼 사운드의 볼륨을 크게 높이는 것이 확대 보기이므로 이 방법으로 초고화질의 제품을 찾을 수 있을까. 필자가 이 제품에서 발견한 것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운드에서의 초고화질을 확인하려면 볼륨을 높일 것이 아니라 반대로 볼륨을 낮춰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는 것이다. 초고화질인 화면은 화면이 얼마나 크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일정 공간 안에 픽셀(화면을 이루는 가장 작은 단위 면적)이 얼마나 밀도 있게 빼곡히 들어있냐가 선명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이어 제품들이 그러하듯, 볼륨을 높이면 소리의 정보들이 많아져서 당연히 더 큰 소리, 안 들리던 소리, 더 많은 소리를 듣는다. (등첨감곡선의 맥락으로는 이것이 맞겠다) 어느 제품이나 볼륨을 높이는 확대를 하면 더 잘 들리는 게 공통된 특징이라면 과연 초고화질에 해당되는 해상도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화면의 크기가 아니라 밀도라는 점을 대입하면, 인이어 제품들이 사운드를 줄이면 사운드의 정보들이 줄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볼륨을 줄여도 여전히 더 많은 사운드를 품는 제품이라면 이것이 초고화질이 아닐까 라는 결론이다. 작은 볼륨에서도 사운드 픽셀 수가 촘촘하여 여전히 공간이 꽉 차고 공간감 있는 사운드를 품는 초고화질의 사운드. 이것이 AXIOM의 강점이다. 초고화질의 시대. 사운드에서도 이제 또 하나의 장벽을 올라선 듯하다. 이런 선구자적이고 독보적인 행보의 결과에 필자는 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