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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밍 Jan 21. 2023

풀타임 실습생의 하루

독일에서 미술치료사로 일하기


독일에선  미술치료사 포함 음악치료사나 무용치료사 등 예술치료사들이 풀타임으로 일하는 경우가 적다. 

보통 예술치료사들은 주에 20시간에서 30시간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실습하는 병원은 크랑켄하우스(Krankenhaus),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종합병원으로 특히나 독일에 두 곳 밖에 없는 루돌프 슈터이너의 인지학과 인지학적 의학을 바탕으로 설립된 곳으로 이 곳에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예술치료사만 스무명이 넘는다고 한다. (인지학적 의학과 인지학병원에 대해선 다음번에 자세히 쓰겠다.)


일년동안 같이 실습하게 된 실습동기 실비아의 말에 의하면 독일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예술치료사가 가장 많은 병원이라고 한다. 나의 멘토 또한 풀타임으로 일하는 미술치료사 중 한명으로 그 말은 즉, 그와 같이 일하는 나 또한 풀타임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멘토분의 근무시간에 맞춰 나의 근무시간도 월요일부터 금요일, 8시 15분까지 출근, 점심시간은 12시부터 12시 반까지 30분, 퇴근은 오후 4시 반이다. 오전 8시 반부터 12시까지는 미술치료실에서 성인 정신과 환자들을 위한 그룹치료가 세 타임 있고 오후에는 정신과 폐쇄병동과 부인과 병동으로 직접 찾아간다.


정신과 폐쇄병동에서는 따로 미술치료를 신청한 환자 외에도 그때그때 환자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미술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담당직원에게 물어본 후 폐쇄병동 내에 있는 식당 및 휴게실로 이용되는 넓은 회랑에서 한시간동안 치료세션을 진행한다. 부인과 병동같은 경우에는 부인과 질병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집중치료를 받는 곳으로 대다수의 환자들이 유방암이나 자궁 혹은 난소암으로 수술을 받거나 입원치료를 받는다. 암환자들 중에서는 압도적으로 유방암 환자들이 많고 입원해 초기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암의 재발 혹은 전이로 인해 이미 몇번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한 환자들이 더 많다. 그 중 일부는 완화치료환자로 이들은 최소 7일간의 병원 입원기간동안 예술치료를 포함한 여러가지 테라피들을 받으며 이 들을 위한 팀 회의 또한 따로 진행된다. 왜냐하면 완화치료에선 더 이상 '병을 치료'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인과 병동에서의 미술치료는 병동 특성상 의사의 추천이나 환자 본인의 신청에 한해 환자의 병상에서 30분간 일대일로 진행되며 병상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치료사는 간호복이나 방역복을 입어야 한다. 


이렇듯 하루에 최소 네 다섯 개의 치료세션이 미술치료실뿐만 아니라 병동 여기저기서 진행되기 때문에 하루는 눈코뜰새없이 빠르게 지나가곤 한다. 어떻게 보면 오전에 미술치료실에서 진행되는 성인 정신과 환자들을 위한 그룹치료시간이 그나마 하루 중 가장 조용하고 평온한 시간인 것 같다. 오후에는 병동에서 치료세션을 진행하기도 하고 치료세션 사이사이 각 병동별 회의나 치료사 전체회의 시간이 있기도 해서 뭔가 쉴새없이 병원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기분이다. 가끔 여러가지 이유들로 미술치료세션들이 취소되기도 하는데 그때는 조금 긴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환자들의 그림이나 그림재료들 정리, 관리하고 각종 자잘한 행정업무처리 및 환자들 진료기록을 읽고 쓰고 정리하는 일로 틈틈이 그리고 빼곡히 채워진다. 


나는 이제 이틀 된 아주 앳된 실습생이지만 이 곳에서의 실습은 이미 미술치료를 대학에서 공부했거나 직업교육으로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년간의, 말그대로 인텐시브한 실습이자 담당 치료사가 휴가가거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자리를 비울 때 대체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어깨가 무겁게 느껴진다. 그동안 해온 여러 실습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치료세션이 가능한가'에 대해 이미 많이 고민하고 질문하며 나름의 답을 찾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고민되고 더 많이 나가아야 되는 지점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디까지 고민하고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선 매번 설레는 마음이다. 

미술치료실에서는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전체 실습기간에선 어느덧 한달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려 벌써부터 아쉬운 마음도 있다.아직까지는 집에 오면 병원에서의 일을 털어내고 늘어져있기 바쁜데 앞으론 좀 더 집중해서 보고 배운걸 정리하고 기록하며 나름의 방법으로 엮어보고 싶다. 그래서 오늘은 퇴근해 누워있다 말고 노트북을 켰다. 


침대와 노트북이 올려져있는 책상 사이가 5초컷인데도 이틀이 걸렸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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