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버티는 것.

by 박은진

선선한 공기가 아침을 맞이하는 요즘.

계절이 바뀌는 과정 속에 기분의 낙차가 심하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밖에 나가 버스를 타고 휴대폰을 내려놓습니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세상을 눈에 담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익숙한 그 길을 지나치는 시간 속에서 피로를 느낍니다.

모든 것들이 익숙함을 넘어 지루함이 되어버렸고, 일상의 사소한 소중함을 찾고자 하는 의지도 사라졌습니다.

지나가는 시계의 초침을 애타게 잡고 그저 빨리 가기만을 바라는 자신이 참 애처롭게 느껴집니다.


일상의 리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문득 찾아오는 무기력감은 어떤 방식으로 이겨내야 하는 걸까요?


저는 삶을 잘 살아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루하루를 계획에 맞춰 살고 그 목표를 이루었을 때의 성취감을 먹고 삽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무기력의 시기가 찾아오면 하고자 하는 모든 것에 무가치함을 느끼고 배터리가 방전된 사람인 것처럼 잠에 들어버립니다.

이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늘 어느 모습이 진짜 '나'일까에 대해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때는 무엇보다 '인정'과 '휴식'이 중요한 것임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와중입니다.


자아 성찰은 너무 깊은 심연까지 가게 되는 순간 '성찰'이 아닌 '비난'이 되어버립니다.

오히려 컨디션이 더 악화하는 사태가 일어납니다.

그렇기에 적절하게 나를 다루는 법을 계속 익혀나가는 것이 지금의 시기를 버텨내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버티는 것.

한때는 쎈 파도에도 헤엄칠 정도로 강했지만, 지금은 버티는 것에 그칩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결국은 '나'이기 때문에 저의 모든 모습을 '인정'하고 버텨보려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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