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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토아부지 Jun 12. 2024

[영화감]우리 모두의 성장을 응원해…'인사이드 아웃2'

영리한 픽사

전편이 라일리와 부모님과의 관계 집중했다면, 이번엔 라일리와 친구 관계에 집중합니다. 우리 역시 아빠 엄마가 전부였던 어린 시절을 지나 친구와의 우정이 나의 우주가 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테니까. 이번 '인사이드 아웃2' 역시 공감 사기템이에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마지막, 불길하게 빛나던 빨간색 ‘사춘기’ 버튼을 기억하나요. 12일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감독 켈시 만)는 어느 날 그 사춘기 버튼이 울리면서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전편의 익숙한 재미를 간직한 채, 다양한 설정을 추가하며,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영리한 속편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사람의 머릿속 감정을 의인화하고, 감정들의 활약에 따라 소녀 라일리의 변화하는 내면을 묘사하며 공감과 웃음을 줬던 ‘인사이드 아웃’의 매력은 이번에도 유효합니다. 여기에 라일리가 사춘기에 접어들며, 새로운 감정이 추가됐어요. ‘기쁨’과 ‘슬픔’이 전편을 이끌었다면, 이번엔 ‘불안’이 사춘기 소녀의 요동치는 마음을 대표합니다.


튀어나오는 여드름 처럼 거스를 수 없는 사춘기 버튼.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기쁨’은 가고, ‘불안’이 온다


라일리의 머릿속엔 기쁨·슬픔·분노·까칠·소심이란 다섯 가지 캐릭터가 살고 있어요. 13세 중학생이 된 라일리가 ‘진짜 사춘기’를 맞으며, 불안·당황·부럽·따분이란 새로운 감정이 ‘본부’에 들이닥칩니다. 사춘기가 되며 감정은 보다 예민해지고, 신경 쓸 것도 많아진 라일리. 기쁨이가 주도하는 감정 컨트롤에 자꾸만 문제가 생기고, 불안이는 자신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선언하며 옛 감정들을 가둬요. “라일리의 삶엔 더 복잡한 감정들이 필요해.”


이거 너무 귀엽죠. 편집자님의 활약.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 상황에서 현실의 라일리 역시 갈림길에 섭니다. 동경하는 고등학교 아이스하키팀 여름 캠프에 참가한 라일리는 잘해서 팀에 들어가고 싶어 해요. 여기서 두각을 드러내고, 선배들과 친해지려면 기존 친구들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죠. 우정이냐 성공이냐 선택의 문제에 부딪힌 거죠.


픽사의 영리한 공감의 미학이 잘 발휘됩니다. 학창 시절에 야자냐 땡땡이냐, 독서실이냐 오락실이냐 플스방이냐 고민했잖아요. 시험 좀 잘 보려고 맨날 놀던 친구들과 거리둔 적 있지 않나요.


기쁨이가 주도했다면 현재의 우정을 선택했겠지만, 불안이는 목표지향적으로 라일리를 다그칩니다. 보이지 않는 위험을 대비해 미래 계획을 세우는 이 친구 습성 때문이죠. 그 결과 '암 어 굿 퍼ㄹ슨’이란 긍정적인 자아상과 점점 멀어지고, ‘암 낫 이넢'란 부정적인 자아가 형성됩니다. (원어민 발음 참조)


여기서 잠깐 용어 설명. 전편에서 핵심 기억이란 게 중요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자아’란 개념이 중요합니다. 라일리의 수많은 기억 중 일정한 기억 구슬을 ‘신념 저장소’(호수 같이 생김)로 보내면, 한 가닥 신념(거문고 줄 같이 생김)이 생기고, 그 신념이 모여 자아가 형성된다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덧붙여 비아냥 협곡 이런 것도 만들어지는데, 그렇다고요.


슬픔이 연기한 배우 미드 '오피스'에 나온 아주머니임. 뜬금없이 얘기하고 싶었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우리 모두의 성장을 응원한다



불안이는 기쁨이가 주도해서 만들었던 ‘좋은 사람’이란 자아를 일종의 소각장인 ‘기억의 저편’으로 보냅니다. 그사이 기쁨이 등 옛 감정 5인방은 ‘좋은 사람’ 자아를 되찾으러 기억의 저편을 향해 모험을 떠나요. 전편에서 기쁨이와 슬픔이가 좋은 핵심 기억을 찾아 모험을 떠난 것과 유사한 구조에요.(전편에서 검증된 경로를 따라가는거죠.) 


모험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점도 비슷해요. 기쁨이는 예전에 자신이 기억의 저편으로 보냈던 라일리의 수많은 부정적인 기억 구슬들과 마주합니다. 전편이 슬픔이 있어야 기쁨도 있음을 역설했다면, 이번엔 모든 기억과 감정들, 그에 따른 모든 신념은 소중하다고, 그래서 “라일리의 모든 것을 사랑해”라고 고백합니다.(내 감정들아 날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던거냐..)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으며 라일리는 복합적 자아를 가진 어른이 돼갑니다.


신구 대립 ㅜ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영화를 보고나면
어른으로 가는 관문인 사춘기를 이보다 아름답게 통과시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 감정들한테 고맙기도 하고요.


전편이 라일리와 부모님과의 관계 집중했다면, 이번엔 라일리와 친구 관계에 집중합니다. 우리 역시 아빠 엄마가 전부였던 어린 시절을 지나 친구와의 우정이 나의 우주가 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테니까. '인사이드 아웃2'도 1편처럼 공감 사기템이에요.


감정들이 라일리의 행복을 응원하듯 관객들은 라일리의 성장을 응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라일리는 저마다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불안이는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목소리 출연진이 화려합니다. 전편 출연진이 그대로 목소리 연기를 했어요. 기쁨(에이미 포엘러), 슬픔(필리스 스미스), 버럭(루이스 블랙), 까칠(라이자 라피라), 소심(토니 핼), 그리고 아빠(카일 맥라클란), 엄마(다이안 레인)도 빼놓을 수 없죠. 이 두 분은 연기되고 외모 되는 왕년의 명배우들이에요. 


여기에 새로운 출연진이 가세했어요. 불안(마야 호크), 당황(폴 월터 하우저), 따분(아델 엑사르쇼폴로스), 부럽(아이요 어데버리). '불안'으로 열연한 마야 호크는 에단 호크랑 우마 서먼의 딸이에요. 앞으로 더 잘될 거에요 이 배우는. 프랑스 배우 아델 엑사르쇼풀로스의 ‘따분’ 연기도 매력적입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땐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였는데요. 개명한 건 아니고 외래어 표기법이 그 사이 바뀌었나봐요. 어렸을 적 터키가 나이 먹으니 튀르키예되고, 그때는 틀리고 지금이 맞다 그러는 거죠 뭐.


신념이 모여 자아가 형성된다는 걸 알려주는 시청각자료.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제 점수는요> '감'(70%)

순수재미 4.0

참신지수 3.0

공감지수 4.5

종합점수 3.5

                    

※꽤 다른 오늘의 기사. 참 이거 100분도 안 돼요. 아무래도 속편이니까 참신성은 1편이 낫지만, 재미면에선 1편보다 나은 것 같아요. 좀 더 다채롭고 지루할 틈이 없달까. 다만 1편이 좋았으면 2편이 더 좋을 수는 있는데, 1편이 별로였다가 2편은 좋기는 힘들거 같아요.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021/0002642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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