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빨리 깨달았었으면..

세심정 그곳의 의미

by 류하해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시화전 끝 날

세심정(洗心亭) 옆 잣나무 길 언덕 위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3학년끼리 찍는 사진에 2학년 후배 녀석이

불쑥 끼어들었다

춤을 좋아하고 얼굴이 하얕고 얼굴엔 주근깨와 장난기

얼굴 보다 더 하얀 미소로 가득했던 효범이

괘씸해서 그랬는지?

나도 같이 장난을 치고 싶었는지?

사진을 찍는 순간 내 옆에 섰던 너의 얼굴을 내가 가렸다

그 순간이 그렇게 사진에 담겼다

졸업하고 얼마 안 있어 네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는 치료를 위해 학교를 휴학했고

뭐라도 하자라고 선배들과 친구들 후배들은 너의 치료비를 위해 1일 찻집을 열었고 그 돈을 너의 부모님께 전달했었다


그 뒤로 너의 소식을 1년 뒤에 다시 듣게 됐다

치료 잘 받다 갑자기 안 좋아져서

왔던 곳으로 먼저 가 내 선배가 되었다고

그리고 경춘도로 옆 강촌역 앞 강에서 흩어졌다고...


내가 너의 얼굴을 가린 것으로

내 마음을 가끔 너로 칠해 버리고

가끔 너의 얼굴을 떠 올리게

너에게 용서를 구하게 만드는..

너의 모습과 너의 얼굴과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그리는...

죽었던 기억을 살아 있는 글로 만드는

절대 잊혀지지 않는 정지된 순간으로


효범아


너의 작품은 이런 것이었구나…

대단하구나

시화전에서 그토록 쓰고 싶었던 시를

우린 이렇게 쓰는구나


넌, 나란 종이 위에

난, 나의 종이 위에


지금도 우린 서로

그 세심정

그 잣나무 언덕 위에 있다

그런데

왜 너한테 계속 미안할까?

왜 네가 계속 그리울까?


마음이 복잡하구나..


어쩜 난 그때나 지금이나

먼저 마음을 씻었어야 했는지 모른다

세심정(洗心情)


그 연못정자 이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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