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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폴 Sep 24. 2024

애써 삼킨 말.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최근 가까운 사람의 눈물을 본 적이 있다.


그가 우는 이유를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도 자신이 왜 우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가 흘린 눈물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나도 울고 싶어졌다.


집에 온 뒤 불을 끄고 술을 따르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누군가의 슬픔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에게 해주고 싶었지만 애써 삼킨 말들이 떠올랐다.












00아. 나는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너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너의 슬픔 앞에서도 이런 이기적인 생각이 들어서 미안해.


너는 먼바다를, 시원한 바람을,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대해 자주 얘기했었지.


별거 없는 일상의 조각들을 조심스레 그러모아 바닷가의 모래성처럼 쌓는 널 보며 말없이 용기를 얻을 때가 많았어. 모든 것이 의미 없다는 듯 눈물을 흘리는 널 보며 밀려오는 썰물에 흘러내려가는 작은 모래성이 떠올랐어. 넘실대는 물결에 너는 어떤 감정들을 실려 보냈을까?


나도 그럴 때가 있어라는 말을 하려다 애써 삼켰어. 사실 잘 모르겠거든. 나의 감정과 너의 감정이 같은지. 아니 비슷하기라도 한지. 그렇게 입을 꾹 닫고 눈은 바닥에 고정한 채 정처 없이 걷기만 했어. 지금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어.


그러게. 행복이란 뭘까?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인 걸까. 기왕 태어나버린 거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그게 참 어렵다 그치? 시끌벅적한 사람들 틈바구니에 있다가도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별의별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양을 세듯 생각들을 세다 보면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아 술을 찾게 돼.


서글프게 우는 너의 앞에서는 한마디 말의 위로도 건네지 못했으면서 새벽 3시에 너의 슬픔을 안주 삼아 취하고 있는 나는 뭐 하는 새끼인 걸까.


맥주를 두 캔 째 마셨어. 심장이 쿵쾅대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 무수히 많은 파편처럼 흩어져있던 생각들이 하나 둘 꺼져가. 문득 빛을 잃는 모든 순간들 속 가장 빛나는 별이 너의 삶에 깃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 어쩌면 나도 행복할 수 있을 텐데.


술을 마시자. 담배를 피우자. 춤을 추자. 목이 터져나갈 때까지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부르자.


파괴를 원한다면 파괴를. 회복을 원한다면 회복을. 죽음을 원한다면 죽음을. 삶을 원한다면 삶을 갈구하자.


끝내주는 불행과 끝내주는 행복을 느껴보자. 그 모든 것들을 거친 뒤 저 먼 미래 어느 이름 없는 별에서 만나 그 간의 이야기들을 늘어놓자.


그때쯤이면 나도 너에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밤 애써 삼킨 말들을 말이야.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열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詩 / 김용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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