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교육 강사의 자격
화목해야 부모 교육 강사가 될 수 있다고?
부모 교육 강사이신 분을 만났다.
아이가 없이 부부만 살고 믿음이 좋은 분이셨다.
"저희 부부는 화목해서 부모 교육 강사할 때 제일 좋아요"
이 말을 듣는데 의문이 생겼다.
나도 아이 없을 땐 무척 화목했다. 매일 시부모님께 전화드리고, 신랑과 해외여행 다니고, 극장 가서 영화도 보고, 가끔 다투면 분위기 좋은 곳 가서 맥주 같이 마시면서 풀고...
아이 생기면 부부 모두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진다. 아이를 봐야 하기 때문에 개인으로서의 존재는 없어진다. 당연히 영화 보러 못 가고, 여행도 아이를 위한 여행이지 부모를 위한 것이 아니다. 싸워도 심신을 회복할 시간이나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냥 묻어두게 된다.
상담사는 수많은 고통을 경험한 사람이 상담사로서 더욱 유능감을 느낀다. 내담자를 더 깊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교육도 불화를 극복한 부모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한 번도 큰 고난이 없었던 부모가 자녀와의 관계에서 많이 힘들어하는 부모를 이해할 수 있을까?
나도 철없을 땐 몰랐다. 우린 아이 낳기 전까지 10년 동안 거의 싸운 적이 없었다. 각자의 커리어와 자기 계발에 바빴고 싸울 일도 없었다. 그땐 우리가 화목하다고 착각했었다.
아이가 생기니 나의 진면목도 알게 되고, 체력적 한계와 무한 돌봄, 수면 부족이 몇 년간 지속적으로 쌓이니 인간으로서 한계와 바닥을 보게 된다.
화목해야 부모교육 강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불화를 지혜롭게 극복하는 스킬이 있는 분이 정말 부모교육 강사로서 자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육아가 힘들지만 NT인 나를 더욱 인간적으로 만들어주고, 더 겸손하게 해 준다. 예전엔 몰랐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온 것 같다. 어린 자녀를 양육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엄마들의 세상에서 공감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경험들이 생겼음에 감사한 면도 있다.
아픈 만큼 성숙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