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이제 마약청정국 지위를 잃어버렸습니다. 마약청정국의 기준은 UN에서 통상적으로 인구 10만 명 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일 경우 지위를 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마약 관련 사건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가 상당한데 검경 등 수사기관에서는 10배로 추산하지만 중독자나 회복자들은 100배는 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2019년의 한 연구에서는 국내 마약류 범죄의 암수율을 대략 30배로 추정하였고 이를 현 마약사범에 대입하면 국내 마약 사범이 최대 40만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하였습니다. 마약 사건은 단속과 검거는 더욱 어려워졌지만 유통 속도와 확장력은 종전보다 급속도로 빨라져서 1989년 1,200명에 미달하던 연간 마약사범이 1999년 처음 1만 명을 넘겼고 2015년부터 급증하여 2023년 처음으로 2만 명을 넘어 역대 최대치인 2만 7600명을 기록하였습니다.
2019년의 버닝썬 사건은 처음에는 평범한 연예산업 종사자가 강남의 클럽 가드들로부터 폭행을 당한 단순한 사건으로 시작되었으나 마약 투약과 탈세 의혹, 성매매, 경찰간부 유착 의혹으로 확대된 사건이었습니다. 이전에도 당시 새누리당 대표의 둘째 사위의 마약 투약 사건이 알려졌고 추적60분에서 대통령 아들이 당 대표 사위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와 관련하여 제작진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일도 발생하였습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이며 남성 인기 가수 그룹의 약혼녀가 관련된 마약 사건이 방송에 등장하기도 하였고 ‘기생충’의 주연배우가 마약 사건으로 의혹을 받는 시련을 겪었고 독립영화인 <우리에게 내일이 없다>로 데뷔하여 영화와 드라마로 톱스타가 된 배우가 마약 사건으로 재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현재 교정시설에 수용된 전체 6만여 명의 수용자 가운데 마약류 사범은 약 7,000명으로 10%가 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추세는 밀조, 밀수, 밀매와 관련된 공급 사범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10대와 20대, 여성 사범, 외국인 마약 사범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5년 발간된 마약 범죄백서에는 온라인 문화에 익숙한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들 사이에 마약이 확산되면서 23년도에 ‘고3 공부방 마약 유통사건’,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 ‘롤스로이스 약물 운전 사건’ 24년도에 ‘전국 대학생 연합 동아리 마약유통사건’이 발생하여 충격을 주었습니다. 최근의 마약 사건은 종래의 대면 거래에서 점차로 텔레그램과 다크웹을 활용한 온라인 비대면 방식의 점조직 형태로 변하는 추세여서 그 위험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재무부가 2018년 라오스, 미얀마, 태국 접경인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의 메콩강변에 있는 킹스 로먼스 카지노를 마약, 인신매매, 어린이 성 매매, 야생동물 밀매 등 조직범죄 제재 대상에 올린 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이 카지노의 중국계 소유주인 자오웨이가 주도하여 중국 국적의 회계 담장자와 호주인과 태국인이 핵심인물이었습니다. 자오웨이는 1952년 만주에서 출생한 중국 사업가입니다. 중국 남부 지역 관광객들을 유치하고자 개설된 카지노는 미얀마 와주연합군으로부터 마약을 유통 보관하고 돈세탁하는 장소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인신매매와 어린이 성 매매를 장려하고 카지노 식당에서는 보호 동물인 곰, 호랑이 고기, 천산갑 등을 먹을 수 있도록 영업하는 다국적 범죄의 온상이라는 것입니다. 유엔 마약범죄국은 이 조직이 마약 밀매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골든 트라이앵글 특구 동쪽에 국제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북쪽에는 5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내륙항도 건설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건설 계획에 투입된 자금의 상당 부분이 마약 판매 수익을 통한 것으로 의심되며 이 과정에서 자금 세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이들 내륙항 건설은 동남아를 넘어서 호주와 동북아에 판매하기 위한 마약을 저장하고 거래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최근 마약 사범이 급증하는 현상은 국제적으로 마약 공급처인 동남아에서 대한민국이 신흥 마약 시장으로 급부상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으며 그 이유는 첫째, 공급 확대, 둘째, 수요 급증, 셋째 거래 채널 확장입니다.
첫째, 그동안 코로나로 인하여 생산지에 묶여 있던 마약류들이 리오프닝 이후 각국의 경제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전 세계로 풀려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마약은 동남아시아산과 중국산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골든트라이앵글’로 불리는 미얀마, 라오스, 태국의 접경 지역에서 생산된 마약은 한국을 최종 목적지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들 지역은 현지 정부의 입김이 미치지 못하고 지역 군벌이 장악하고 있는 곳입니다. 마약 공급자의 입장에서 한국은 동남아 마약 공급상의 집중 목표가 되었습니다. 과거 동남아시아 각국은 1990년대 집중단속을 벌였고 96년 마약왕 쿤사가 미얀마 정부에 투항하면서 골든 트라이 앵글 아편 생산은 2006년까지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였습니다. 대신 전쟁이 계속되었던 아프가니스탄이 세계 최대 마약 생산지역으로 부상하였습니다. 하지만 2006년 이후 미얀마에서 아편 생산은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고 이는 가난과 무정부 상태와 부패가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지역민들은 “우리도 평생 양귀비를 재배하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하고 양귀비 재배는 다른 작물보다 2~3배 소득을 거두게 한다.“고 말합니다. UN 에서는 이 지역의 양귀비 재배를 막기 위해 커피 등 대체 작물을 키우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커피 콩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커피 나무를 심은 후 3년을 기다려야 하는 이유로 주저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한국 사회에서 높은 실업률과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사회변화가 고독감을 배가시켰습니다. 불만족스러운 생활 조건에 근거한 고립감, 외로움, 절망감과 통제력 부족이 마약 투약을 부추긴다고 합니다. 특히 홀로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었을 때에는 마약에 노출되거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동남아에 비하면 경제력이 높은 동북 아시아 국가들은 마약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기 때문인데 동아시아에서 한국보다 마약 가격이 비싼 국가는 일본밖에 없습니다. 2021년 한국의 필로폰 1g 가격은 대략 260달러였는데 이후 2년 사이에 2배로 급등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홍콩에서는 67달러, 중국은 66달러에 불과하므로 태국, 라오스, 베트남 3국 모두 한국으로 향하는 마약량이 급증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검거된 외국인 마약사범도 태국인 1위에 이어 중국인과 베트남인으로 이루어졌고 운반과 관련하여서는 태국인 1위, 베트남인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이러한 흐름에 결정적 불을 붙인 계기는 텔레그램과 가상자산의 등장입니다. 2019년 이전까지는 일반인들이 마약을 구매하기는 무척 힘든 일이었습니다. 아는 사람들이 특정 사이트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었고 거래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서 대금 지불 과정에서도 막대한 현금을 지니고 다니다가 현장에서 체포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텔레그램에서 편리하게 보안을 유지하여 거래한 뒤에 가상자산을 통하여 거래하면 위험성이 완벽하게 해결되었습니다. 수사관들은 일일이 채널에 접속한 뒤 함정수사를 통해야만 판매책을 잡을 수 있고 이마저도 유통책만 잡을 뿐 총책임자의 검거는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가상자산인 경우 거래 기록이 남아있지 않게 되며 판매자는 거래를 통해 확보된 가상자산을 코인 거래소를 통하여 환전하면 안전한 수익화가 가능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마약과 범죄 사이에는 복잡한 관계가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약물 복용이 줄어들면 특정 범죄도 줄어드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약물 복용이 범죄를 유발시키거나 범죄가 약물복용을 유도하게 된다고 보여집니다. 마약의 영향으로 폭력범죄가 발생하기도 하고 약물을 구입하기 위하여 돈이 필요하다보니 범죄가 유발되기도 합니다. 최근의 흐름은 19세 이하의 미성년자와 20대의 젊은 세대, 60대 이상의 노년층에서 증가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마약류 사범에 대한 처벌의 수위가 높지 않아 억제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재범률이 높은 현실에서 효과적인 대응책도 미흡한 것이 현실입니다. 20대 젊은이들이 홍대인근에서 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 마약 범죄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현시점에서 필요한 대비책을 수립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