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
경주 여행 후기 – 첫째 날 이야기
첫째 날은 오전 당직 근무가 있는 날이었다.
게다가 전날부터 들려오던 지하철 파업 소식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아 한 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깨는 바람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잠을 설친 채 새벽 5시에 집을 나섰다.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9호선을 이용해 우회해서 출근했는데, 출근길에 들려온 소식은 파업 결렬. 다행이긴 했지만 괜히 억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파업의 이유 자체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지만, 시민의 발을 묶어두는 방식은 역시 유쾌하지 않았다.
그날만큼은 괜히 내가 파업의 최대 희생양이 된 기분이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 몽롱한 상태였지만, 오후 1시 30분까지 맡은 일은 끝까지 열심히 마무리했다.
퇴근 후에는 서울역으로 이동했다.
생각보다 여유 있게 도착했고, 아이들은 이미 먼저 와 있어 마음이 한결 놓였다.
덕분에 서두르지 않고 편안하게 KTX에 오를 수 있었다 .
경주는 수학여행 때 다녀온 기억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어렴풋이 떠오른 건 3층 석탑 정도뿐. 이번 여행을 계기로 경주를 제대로 즐겨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숙소는 아파트 임대 형태였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사진에서 봤던 분위기와는 조금 달라 가족들의 원망(?)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예약한 상태라 어쩔 수 없었고, 잠만 자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경주에서 즐길 수 있는 맛집, 볼거리, 산책 코스를 최대한 즐기기로 마음먹었다.
총 5일 일정으로 계획했지만, 오고 가는 날을 제외하면 3일은 온전히 경주를 즐길 수 있는 일정.
그렇게 우리 가족의 경주 여행 첫날이 마무리됐다.
경주 여행 둘째 날 – 석굴암과 불국사
다음 날 눈을 뜨니 새벽 5시.
눈은 뻑뻑했고, 전날의 피로가 아직 덜 풀린 느낌이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잠자리에 들었고, 7시가 되어서야 제대로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은 직접 밥을 지었다.
햅쌀로 지은 따뜻한 밥에 김장김치, 조미김, 도라지무침을 곁들였다. 특별할 것 없는 메뉴였지만, 느긋하게 먹는 아침 식사 자체가 그대로 행복이었다. 여행지에서 맞는 아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같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석굴암으로 향했다.
관광객은 생각보다 많았고, 전날 내린 비 때문인지 길 곳곳이 질퍽했지만 숲길을 걷는 동안 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져 상쾌함이 느껴졌다.
석굴암에 도착해 딸아이는 1,000원을 기부하고 종을 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마음속에 품고 있는 바람이 꼭 이루어지길 조용히 빌어보았다. 올라가는 길에는 돌탑들이 눈에 띄었고, 절에 걸린 알록달록한 연등마다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는 듯했다.
나 역시 우리 가족을 떠올리며 돌멩이 하나를 올리고, 불상 앞에서 소원을 빌었다.
마른 나뭇가지에 매달린 산수유 열매, 노랗게 남아 있던 모과, 고즈넉한 소나무와 연못까지. 석굴암은 풍경 하나하나가 마음에 담기는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군밤을 사 먹었던 기억까지 더해져, 석굴암은 오래 남을 추억이 되었다.
다음 행선지는 불국사.
차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웅장한 분위기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불국사 입구에서는 연예인 뺨치는 선남선녀가 딸아이에게 사진을 찍어달라며 휴대폰을 건넸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장면. 젊고 아름답다는 건 역시 좋은 것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또다시 돌탑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사람은 관심 있는 것에만 눈길이 가는 걸까. 수많은 연등과 그 앞에서 소원을 비는 사람들의 모습만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만큼 이 공간에는 각자의 간절함이 쌓여 있는 듯했다.
불국사를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맛집으로 알려진 떡갈비집을 찾았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두시 넘어서 먹은 점심은 꿀맛이었다.
가격이 사악? 했지만 관광지니까 감수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졸음이 쏟아졌다.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여행 기록을 다듬고 있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펼쳐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