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김삿갓의 장원시(壯元詩)

금삿갓의 우리 漢詩

by 금삿갓

題 : 論鄭嘉山忠節死 嘆金益淳罪通于天(논정가산충절사 탄김익순죄통우천)

/ 가산군수 정시(鄭蓍)의 충절한 죽음을 논하고, 김익순의 죄가 하늘에 닿았음을 통탄하라.



曰爾世臣金益淳(왈이세신김익순)

세상이 너더러 신하라고 불렀던 김익순아

鄭公不過卿大夫(정공불과경대부)

정공(가산군수 정시)은 경대부에 불과하고

將軍桃李隴西落(장군도리농서락)

복숭아 오얏 같은 이광(李廣)은 농서 지방에서 져도

烈土功名圖末高(열사공명도말고)

열사의 공명은 끝까지 높이 추앙되지.

詩人到此亦慷慨(시인도차역강개)

시인 또한 이에 이르러 비분이 강개하여

撫劍悲歌秋水唆(무검비가추수사)

칼을 쓰다듬으며 가을 물가에서 슬픈 노래를 하게 하네.

宣川自古大將邑(선천자고대장읍)

선천은 자고로 대장이 지키던 읍이라

此諸嘉山先守義(차제가산선수의)

가산의 무엇보다 우선해서 지킴이 마땅한데

淸朝共作一王臣(청조공작일왕신)

맑은 조정의 한 임금께 공히 신하 되었건만

死地寧爲二心子(사지영위이심자)

죽어야 할 땅에서 어찌 두 마음을 품었느냐

升平日月歲辛未(승평일월세신미)

태평한 세월의 신미년에

風雨西關何變有(풍우서관하변유)

서관에서 풍우(반란) 일어남은 어쩐 변괴가 있었나?

尊周孰非魯仲連(존주숙비노중련)

주나라를 존중함이 노중연 아니면 누구이고

輔漢人多諸葛亮(보한인다제갈량)

한나라를 도운 많은 인재 중 제갈량이 있으니

同朝舊臣鄭忠臣(동조구신정충신)

이 나라에도 옛 신하 정 충신이 있어서

抵掌風塵立節死(저장풍진입절사)

풍진을 맨손으로 막으려다 충절하게 죽었다네.

嘉陵老吏揚名旌(가릉노리양명정)

가산 묻힌 늙은 관리 충절의 정기 떨치니

生色秋天白日下(생색추천백일하)

자랑스러운 모습은 가을 하늘에 밝은 해로 비친다오.

魂歸南畝伴岳飛(혼귀남무반악비)

그 혼은 남쪽들에 돌아와서 충절의 악비와 동반하고

骨埋西山傍伯夷(골매서산방백이)

뼈는 서산에 묻혀도 기개는 백이숙제와 이웃이로다.

西來消息慨然多(서래소식개연다)

서북(선천)에서 온 소식에 개탄스러움이 많으니

問是誰家食祿臣(문시수가식녹신)

어느 가문의 국록을 먹는 신하인가 물으니

家聲壯洞甲族金(가성장동갑족김)

명성 높은 가문인 장동의 갑족인 안동 김씨고.

名字長安行列淳(명자장안항열순)

이름은 장안의 유명한 순자 항렬이라.

家門如許聖恩重(가문여허성은중)

가문에 이와 같이 성은이 두터우니

百萬兵前義不下(백만병전의불하)

백만 병력 앞에서도 의를 내버리지 않아야지

淸川江水洗兵波(청천강수세병파)

청천강의 강물에 씻은 병마의 물결과

鐵甕山樹掛弓枝(철옹산수괘궁지)

철옹산의 나무 가지 같이 많은 활로도

吾王庭下進退膝(오왕정하진퇴슬)

우리 임금 앞에서나 꿇던 그 무릎을

背向西城凶賊脆(배향서성흉적취)

등 돌려 서성의 흉적에게 무릎 꿇었으니

魂飛莫向九泉去(혼비막향구천거)

네 혼은 죽어서도 황천에 못 가리니

地下猶存先大王(지하유존선대왕)

지하엔 오히려 선대왕의 계시니까.

忘君是日又忘親(망군시일우망친)

임금을 저버린 날에 조상도 버린 너는

一死猶輕萬死宜(일사유경만사의)

한번 죽음은 오히려 가볍고 만 번 죽어야 마땅하다.

春秋筆法爾知否(춘추필법이지부)

역사를 기록하는 춘추필법을 너는 아느냐 모르느냐

此事流傳東國史(차사유전동국사)

이 일은 우리 역사에 길이 전해지리라.

이 시는 김삿갓(김병연, 金炳淵)이 본인의 출신 내력을 모른 채, 영월 고을에서 거행된 백일장(白日場)에 참석하여 지은 시로 그날의 장원을 한 시다. 이 시의 제목은 홍경래(洪景來)의 난과 관련이 있다. 홍경래는 우군칙(禹君則)과 1811년 순조(純祖) 11년, 신미년(辛未年) 음력 12월 18일에 평안도 용강(龍岡)에서 반란을 일으켜 평서대원수(平西大元帥)라고 자칭(自稱)하면서 그 일대에 파란을 일으켰다. 홍경래는 군을 둘로 나누어 하나는 가산, 박천, 영변, 안주 등을 공격하는 남진군(南進軍)으로 삼고, 나머지 하나는 정주, 곽산, 선천, 철산, 의주를 공략하는 북진군(北進軍)으로 삼았다. 남진군은 가산·박천을 일거에 함락시켰는데, 이 때 가산군수 정시(鄭蓍)는 문관(文官)이었지만 장렬하게 싸우다가 전사하였다. 북진군은 곽산·정주·선천을 무너뜨렸는데, 당시 선천 부사 김익순은 무관(武官)이었음에도 항복을 하여 천추에 역적이라는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 두 사람의 행실에 대하여 영월의 백일장에서 이에 대한 준엄한 논고를 하는 시 제목인 것이다. 시의 내용 중에 어려운 용어는 아래와 같다. 將軍桃李(장군도리)라는 말은 ‘도리불언(桃李不言) 하자성혜(下自成蹊)’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복숭아와 오얏은 말을 하지 않아도 나무 밑에 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즉 복숭아와 오얏이 꽃을 피우면 아름다워서, 열매는 맛있어서 사람들이 절로 찾듯이 덕이 있는 사람은 사람들이 절로 모인다는 말이다. 사마천(司馬遷)이 <사기(史記)>에서 한(漢)나라 장수 이광(李廣)의 덕을 칭송하면서 쓴 말이다. 隴西(농서)는 중국의 옛 군현으로 감숙성 근처이다. 魯仲連(노중연)은 노련(魯連)으로도 불린다. 전국 시대 제(齊)나라 사람으로 높은 절개를 지닌 선비로, 어려운 일을 풀고 분규를 해소하기를 좋아했다. 岳飛(악비)는 남송(南宋) 초기의 대표적 장군이자 ‘정충(忠誠)’의 상징으로 널리 추앙되는 인물이다. 伯夷(백이)는 중국 고죽국의 왕자이자, 형제·숙제(叔齊)와 함께 ‘절개(不事二君)’의 상징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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