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닥쳐와도
예상하지 못한 재앙에 당황해 몸이 경직되는 시기가 찾아와. 눈앞을 절벽으로 채워내도 괜찮아. 위급한 순간일수록 간절함이 커져. 건강이 악화돼 무너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다양한 창작의 길이 열리기도 해. 예민해진 감정에 매번 극단적인 상황으로 기울지. 잠시 시원한 물을 부어 머릿속을 식힌 다음, 시간을 보낸다면 새로운 선물이 찾아와.
매끈하지 못한 도로 위 발을 접질리며 흉터는 하나의 타투가 되어갔어. 숨기고 싶어도 가끔씩 튀어나오는 흉터 때문에 고개 숙였지. 타인에게마저 나의 타투를 새롭게 전파했어. 그림으로 설명되는 모습과 성격이 빛나게 만들고 싶었어. 적어도 내가 싫다는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고 싶지 않았어. 주위에 내가 다가가면 오지 못하게 막는 순간을 지우려 했어. 인정받을 확률이 낮을 때 사람은 스스로 초라해져. 간절함으로 그 확률을 높여갈 때 불안이 줄어들어.
위기가 닥쳐와도 이제는 떨림보다는 하나의 페이지로 장식시키려 해. 망가지면서 몸과 정신과 시간을 빼앗기는 순간의 고통보다 지금의 재앙이 의미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성인에 가까워져 갈 때 정신과 업적이 훨씬 성숙한 나로 기록되고 싶어. 갑작스러운 아픔이 와도 이제는 중심을 잡고 새로운 장면으로 기록해. 모든 위기에도 다시 일어설 힘을 찾았어. 결국 끝까지 살아남아 예측해둔 그림을 완성시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