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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 누군지 아세요?

스쳐 지나가는 과거

by 재형

혹시 저 누군지 아세요?


한 여자가 나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 모습에 긴장이 돼 눈을 부릅뜨고 내가 서 있는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에 몸이 얼어붙는다. 주위를 맴도는 기운이 날카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새롭게 갔던 수업이 끝난 후 집에 갈 때 누군가가 손을 흔들었다. 도저히 몰랐다. 무시할 수 없으니 모르지 않는 것처럼 함께 인사했다. 이 순간은 기억이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진실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지금 마주친 순간은 눈빛부터 표정까지 모든 게 익숙하니 악몽에 빠진다. 과거에 만났던 사람인 것 같아 다양한 장면이 그려진다. 기분이 좋았던 날아다니는 쾌감은 입꼬리를 올려준다. 가슴을 내리치며 오열하게 되는 후회하는 지나온 시간은, 눈물이 쏟아지게 한다.


스쳐 지나간 관계는 잊을 때쯤 다시 살아난다. 익숙한 풍경에 감정이 실리고 기억이 힘을 낸다. 혹시라도 알고 있는 사람일까 봐 걱정된다. 다시 느끼고 싶지 않은 아픔과 고통을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눈빛에는 한마디로 담기 어려운 신호가 느껴진다. 실수로 인한 상처인지, 얄미움인지, 반가움인지 예상할 수 없다. 잠시 눈으로 대화하며 그 자리를 얼른 지나간다. 진실을 알고 싶다. 알고 있는 사람인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들어가서 체험해 보고 싶다.


“혹시 저 누군지 아세요? 눈빛에서 무언가를 통찰하는 게 느껴져요. 함께 대화를 나눴던 사이인가요?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오가네요. 지나온 사랑인지, 원한인지 궁금해지는 하루네요. 언젠가 다시 만난다면 그때는 진실을 말해주길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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