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과로 진학하다

나는 어쩌다가 유치원 선생님이 되었을까?

by 아카시아

대한민국 의무교육 과정을 졸업하고 나면 대학이라는 진학 과정이 남아있다. 그 과정으로 향하는 길은 순탄하지 만은 않으며 때로는 외로운 싸움을 하는 듯하다. 그리고 대학으로 간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학과로 진학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면 진로의 가닥이 잡힌다. 나 또한 어렸을 때부터 커서 무엇이 될까 하는 진로 고민을 할 때면 참으로 행복하고 설레었다.


하지만 흔히 말하는 설렘과는 다르게 내가 유아교육과를 선택하게 된 배경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중고등학교 시절 아이돌에 빠져 누구 팬, 어디 팬클럽 소속원으로써 그들을 쫓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공부와는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되었고 그와 비례하여 성적은 하향곡선을 그리는 주식처럼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한번 놓친 진도는 따라잡기 힘들었고 머리도 그리 좋지 않다 보니 방대한 범위의 과목을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 까짓것 인생 살다 보면 어떤 방향이든 키를 움켜쥐겠지 라는 생각으로 지내던 고3이었던 나에게 진로결정의 시기가 찾아왔고 결국 내가 갈 수 있는 조건은 2~3년제 전문대학이었다. 그중에서도 유아교육과가 제일 무난했고 당시에 많은 숫자의 입학생들을 뽑기도 했다. 당시에 아직도 기억이 남는 부분은 필자의 엄마 또한 ‘너는 그림 그리고 만드는 거 좋아하고 또… 음악! 피아노 치는 것도 잘했으니까 유아교육과가 무난한 거 같다’라며 제안을 하였고. 딱히 별 생각이 없던 내게 있어 늘 가족 바라기, 엄마 바라기였던 내게 엄마의 입김이 반쯤 작용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공부 잘해서 성적이 좋았더라면 남들이 지원해 보는 약대, 경상대 부분을 지원해 보는 게 꿈이기도 했었는데 학창 시절 인생을 대하던 태도가 글러 먹었던 나로서는 유아교육과가 최선의 선택이었다.




유아교육과, 인간의 전인적인 성장에 있어 유아기를 담당하는 교육에 관해 배우고 지식을 함양하기 위한 예비 유치원 선생님들이 모이는 학과이다. 2010년 유아교육과 입학을 앞둔 입학생이었던 필자에게 있어 유아교육과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당시에 입학생이었던 나는 어떤 기대감으로 가득 찼었을 까?

독자들이 그리 크게 궁금해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필자에게 있어 유아교육과는 그냥 어린 시절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치원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일과도 같았다.


나의 기억 속에는 어렸을 적에 다녔던 유치원에 대한 기억이 깊게 자리 남아 있다. 유치원의 이름도 심지어 기억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유치원을 5살부터 7살까지 다니지 않는가? 나는 그 어린 3년 기간 동안 유치원을 중간에 한번 옮겼었다. 하나는 교회 안에 있었던 한별 유치원, 또 다른 하나는 빛OO 유치원이다. 한별유치원은 5살 때 다녀서 인지 기억이 거의 없지만 6-7살 때 다녔던 빛OO 유치원은 기억이 깊게 남아 있는 편이다. 입학을 하기 위해 엄마와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올라가던 길, 원장님 방에서 유치원 입학 테스트를 받던 기억, 실수를 해서 옷을 버렸던 화장실 그리고 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1층반에서 2층 반으로 올라가던 야외길 등등. 그래서인지 유아교육과라 하면 유치원 그 자체로 내게 의미가 받아들여진다. 뭐라 달리 덧붙일 말이 없을 정도로..


이제는 거의 빛이 바래져 가는 기억 속에 여전히 존재하는 나의 7살 담임 선생님은 참으로 따스한 분이셨다. 기억에 의존하여 설명하자면 선생님은 흑갈색의 보브컷을 하고 계셨고 유치원 단체복으로 늘 마이크로 사이즈의 검은색 체커보드 패턴 롱스커트를 입고 계셨다. 무엇을 하든 따뜻하게 격려해 주시고 아닌 건 아니다고 분명하게 이야기해 주셨던 분..

기억상자 속에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선생님을 떠올리니 나 또한 유아교육과를 졸업하고 나면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지 하는 결심이 절로 생겼던 것 같기도 하다.



입학과 동시에 3년 과정 후 졸업하고 나서 그려질 나의 미래를 오랜 과거 기억상자 속의 7살 시절 유치원 선생님에게 투사시키며 “그러한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야지” 란 마음을 먹었었다. 하지만 사람이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모든 꿈과 미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림 또한 내가 그린다고 해서 머릿속에 생각했던 초안대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대학 3년 과정을 지나오면서 무수히 외길로 많이 빠졌었고 심지어 한 학기를 다니고 나서는 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것 같아서 편입을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그러나 고등학생 시절 공부와 담쌓아 지내던 나에게 편입 공부는 또 어마어마한 큰 난제였기 때문에 결국 그냥 다니다 보면 되겠지 라는 마인드로 3년을, 정확히는 2년 하고 6개월의 과정을 마쳤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면서 깨달았던 것은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때문인지 굳이 내가 유아교육과를 졸업해서 선생님이 되지 않아도 먹고살 길은 무수히 많다는 것이었다. 글을 적고 있는 이 순간에도 돌이켜보면 유치원교사 그것 하나만이 나의 자산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2년 6개월 혹은 3년의 유아교육과 과정을 마치면 과정 수료와 동시에 유치원 선생님으로 인정한다는 정 2급 교사자격증이 교육부로부터 발행이 되어 나온다. 이 자격증은 유아교육과를 졸업하여야만 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고 비로소 예비 선생님으로서 유치원에서 가서 일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가 졸업하던 그 시기는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로 접어들려 하던 늦여름-초가을 무렵이었다. 사실 유아교육과는 3년 과정인데 필자는 전문대학(부산 변두리 구석에 있던 학교, 지금은 폐교하였다)에 다녔던 것이 가끔 억울했던 순간이 있었다. 공부를 안 한건 나 자신인데 대학이 주는 타이틀이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있었달까? 그래서였을까 전문대학 과정은 다른 곳 보다 수월하다고 하니 누가 뭐라 하지도 않았건만 그냥 지고 싶지 않았다. 대학교 때 거북이 등딱지처럼 컸던 노스페이스 초록 가방 속에 전공서적을 넣어 다니는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았다. 시험기간엔 읽고 외우고 열심히 해서 성적 장학금도 받아 보고 싶었고 실제로도 열심히 대학 생활을 했다. 그래서인지 졸업식날 졸업장과 교사자격증을 받던 그때의 기분은 아주 많이 의기 양양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후 졸업장, 교사자격증 사본과 대학생 때 열심히 준비해서 만든 포트폴리오와 정말 조촐하고 간단한 이력서를 [2013 교사모집] 이란 공고를 통해 무수히 이메일로 전송했었다. 몇 번의 면접 끝에 나의 유치원 선생님 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해 준 첫 유치원의 부담임선생님이란 자리로 들어갈 수 있었고, 그렇게 나는 어쩌다 보니 자연스레 유치원 선생님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