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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리짒사 Jun 23. 2022

비오는 창가 옆 쌔근거리는 고양이

고양이를 통해 배운 사랑

비가 온다. 외출을 마치고 들어온 후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잠깐의 외출이었는데 우리집 고양이는 내가 또 저녁 늦게 돌아올 줄 알았나보다. 늦게 오는 줄 알고 서운했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이제 2년, 고양이와 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 같이 비오는 창가 옆에 쌔근거리는 고양이를 보고 있으면 모두 괜찮아진다.


나는 사랑을 받는데에만 익숙했다. 언제나 매마른 마음이었다. 한동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이유도, 자기 전에 인기 동영상을 몇시간이고 봤던 이유도 모두 외로움이었다. 고양이를 입양하고 사랑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그 사랑은 나 스스로를 치유해주고, 다른 사람들도 돌볼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작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는 많은 관심을 필요로 했다. 일하고 있을 때 컴퓨터 책상으로 올라와 키보드 위에 누워버렸다. 내려 놓으면 내 발을 깨물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내가 왜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을까? 10년이 넘게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었지만 잘못된 선택이 아닐까 정성을 다해 보살피면서도 후회했다.


고양이를 품에 안고 쓰다듬어 주던 어느 날, 처음으로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부모님께 사랑한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무덤덤한 딸이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 못하고 뒤에서 소리없이 울던 내가 얼마나 감정을 눌러왔는지, 보리를 사랑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사랑이란 깊은 존재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가슴에서 따뜻한 열감을 느꼈다. 부드러운 털, 촉촉하지만 까끌한 혀, 나를 빤히 쳐다보는 에메랄드빛 눈동자.


보리는 창가 옆에서 비냄새를 맡더니 이내 곧 캣타워로 올라간다. 내가 온 뒤로 몇 시간을 서성이더니 이제서야 깊은 잠에 빠져들 준비가 된 듯하다. 내일부터 며칠 집을 비우고 동생이 잠깐 보리를 보살펴 줄 예정이다. 보리가 나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이 되다가도, 내가 언제나 항상 옆에 있어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다짐한다. 함께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가장 감사한 것은 내가 사랑을 배운 일이다. 나를 사랑하고 아껴준 사람들의 헌신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제까지 절대로, 나답게 살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시간을 거슬러 모든 이들에게 매순간 감사할 수 있도록 사랑할 수 있도록 해준 보리와 모든 고양이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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