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21 / 출처 : KAI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드디어 양산 단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K-방산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잠재 시장인 튀르키예가 영국과 유로파이터 운용 지원 계약을 전격적으로 체결하면서, 앞으로 유럽 전투기 생태계가 자국 공군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게 됐다는 점은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국내 방산업계에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습니다.
최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영국 정부는 지난해 체결한 유로파이터 타이푼 도입 계약에 이어, 조종사와 정비요원 훈련 그리고 운용 지원을 포함한 대규모 후속 계약에 공식 서명했습니다. 이는 튀르키예가 극심한 안보 딜레마 속에서 내린 현실적인 결단입니다.
미국과의 잦은 마찰로 F-35 프로그램에서 퇴출당한 데다, F-16 도입과 현대화 역시 오랫동안 미국 정치 변수에 좌우돼 왔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존 나토 체계와 호환되는 유럽 전투기를 택하고, 나아가 훈련과 정비, 운용 지원의 상당 부분을 유럽 생태계와 연동하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튀르키예의 굳히기 행보는 최근 첫 양산 물량 조립에 돌입하며 세계적인 4.5세대 전투기 생산국 반열에 오른 한국의 입장에서는 몹시 뼈아픈 대목입니다. 우수한 가성비와 최첨단 장비를 갖춘 KF-21은 미국의 까다로운 기술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무장망을 구축하려는 제3세계 국가들에게 향후 가장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힙니다.
튀르키예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우리의 훌륭한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는 거대한 방산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후속 계약으로 튀르키예 공군의 훈련과 군수 인프라가 유럽의 체계에 굳건히 종속되면서, 향후 K-방산이 이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기에는 진입 장벽이 너무나 높아져 버렸습니다.
F-35 전투기 / 출처 : 연합뉴스
결국 튀르키예 사례는 글로벌 전투기 수출 시장에서 기체 성능만큼이나 훈련, 정비, 군수지원, 무장 연동까지 포함한 거대한 항공 생태계 패키지가 승부를 가른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유럽의 방산 카르텔은 단순히 성능 좋은 전투기 기체 하나를 파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조종사를 육성하는 시스템부터 후속 정비망까지 통째로 묶어 파는 전략으로 신규 진입자의 앞길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글로벌 전투기 수출 시장에 첫발을 떼려는 보라매가 거대 공룡들이 버티고 있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기체 성능 증명은 기본입니다. 단순히 비행기를 수출한다는 시야에서 벗어나, 도입국의 공군 인프라 전체를 아우르는 패키지 딜을 선제적으로 제안할 수 있는 다각화된 방산 외교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