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DA 대규모 생산 확장 계획 / 출처 : 연합뉴스, 게티이미지뱅크
현대 전장에서 첨단 무기의 성능만큼 위협적인 것이 바로 재고 부족 문제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 속에서 서방 국가들은 고가의 요격 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는 현실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이제 미사일 부족은 전쟁 후의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평시 글로벌 방산 공급망을 움직이는 핵심 보안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유럽 최대 미사일 제조업체 MBDA가 발표한 대규모 생산 확장 계획은 서방 진영의 위기의식을 뚜렷하게 드러냅니다. 외신과 방산업계 정보에 따르면 MBDA는 올해 전체 미사일 생산량을 전년 대비 40% 늘리고, 주력 대공 미사일인 아스테르 30의 생산량은 두 배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미 202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전체 미사일 생산량을 두 배로 증가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대규모 증산에 착수한 것입니다.
MBDA의 이번 행동은 유럽 방산 생태계의 기본 성질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정밀 타격에 중심을 두어 소량으로 생산되던 첨단 미사일들이, 현재는 계속해서 소모되고 신속하게 보충되어야 하는 필수 소모품 범주로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MBDA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유럽 내 생산 시설과 공급망 확대에 50억 유로(약 7조 5,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원래 계획하던 투자액을 두 배로 늘린 파격적인 규모로, 올해 중에만 2,800여 명의 신입 인력을 충원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방위산업의 핵심 경쟁 요소가 정밀성에서 생산 속도와 안정성으로 바뀌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유럽 방산업계의 공격적인 생산 역량 확대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한국 방위산업에 무거운 숙제를 안기고 있습니다. K방산은 지금까지 빠른 배송 시간과 우수한 비용 효율성을 강점으로 하여 유럽 등 주요 서방 시장을 효율적으로 개척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막강한 재정력과 역내 정치적 연대를 토대로 유럽의 현지 기업들이 대규모 공장 건설과 공급망 현지화에 착수하면서, 우리 방산업계가 극복해야 할 진정한 난관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 방산이 현재의 수출 호조세를 오랫동안 지속하기 위해서는 첨단 무기 시스템의 개발뿐만 아니라, 긴급 시 급증하는 수요를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된 생산 시설과 탄탄한 소재 및 부품 공급망 조성이 절실합니다. 결국 다가올 글로벌 방산 패권 투쟁의 결과는 누가 더 큰 규모에서 끊임없이 가동되는 미사일 공장을 운영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아스테르(Aster) 30 / 출처 : MB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