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지대공미사일 맨패즈(MANPADS)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최첨단 무기가 충돌하는 현대전에서 가장 위협적인 방공망은 역설적으로 가장 소형이고 저렴한 무기일 수 있습니다. 지난 3일 이란 상공에서 작전 중이던 미 공군의 F-15E 스트라이크이글 전투기가 격추되었습니다. 외신과 미 당국에 따르면 이 약 1억 달러(약 1,300억 원)에 상당하는 고가 자산을 추락시킨 것으로 어깨에 멘 채 발사하는 휴대식 지대공미사일인 '맨패즈(MANPADS)'가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레이더 시스템이나 지휘 통제 시설을 갖춘 거대한 방공 체계는 미국의 압도적인 정밀 타격으로 인해 쉽게 무력화되지만, 보병 한두 명이 건물이나 지형 뒤에서 쏘는 열추적 미사일은 공중 우위를 점한 미군에게도 극복하기 어려운 '잔존 위협'이 되는 상황이 다시금 입증되었습니다.
맨패즈가 현대전에서 위협적인 핵심 이유는 극단적인 비용 불균형입니다. 기체와 무장, 조종사 양성 비용까지 포함한 4.5세대 전투기는 현재 기준으로 수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를 초과하지만, 발당 수만에서 수십만 달러 수준의 소형 미사일이 치명적 타격을 입힐 수 있습니다. 최신형 스팅어 미사일의 도입 단가는 부대 비용을 포함해 약 70만 달러 선으로 추정되며, 구형 소련제 미사일이나 암시장 제품은 수만 달러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미사일이 세계 곳곳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회계감사원(GAO)을 포함한 여러 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전 세계 맨패즈 총 재고량은 50만에서 75만 발에 달하며, 이 중 수천 발이 정부 통제를 벗어난 비국가 무장 조직의 손에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반군이 스팅어로 무장해 수백 대의 소련 군용기를 격추한 사례에서 보듯, 맨패즈는 역사적 사건이 아닌 현실적 위협입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맨패즈의 진정한 가치가 단순히 항공기 격추를 넘어선다고 분석합니다. 레이더파를 방출하지 않아 사전 탐지가 거의 불가능하고, 열추적 방식으로 발사 직전까지 위치 은폐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적진 진입 공격기나 근접항공지원(CAS) 헬기, 수송기들은 고도 하강 자체가 엄청난 심리적, 전술적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결국 전투기들은 맨패즈의 사거리(통상 3~5km) 밖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더 고가의 복잡한 원거리 정밀 타격 무기(스탠드오프 무기) 사용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저렴한 무기가 고가 무기를 직접 파괴할 뿐 아니라 적의 전술 방식과 비용 구조 전체를 비효율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위협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서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등 해외 군사 연구기관의 과거 평가에 따르면 북한은 약 3,000기 이상의 맨패즈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한국 공군은 고도화된 스탠드오프 타격 능력과 기체 자체의 대응 체계(플레어, 지향성 적외선 방해장비 등)를 갖춰 전면전 상황에서 맨패즈가 전체 판도를 바꾸는 단독 변수는 아니라는 것이 통상적 평가입니다. 그러나 전시 헬기를 이용한 특수부대 침투나 수송 작전, 저고도 근접항공지원 임무 수행에 있어서는 여전히 가장 경계해야 할 최우선 위협으로 꼽힙니다. 특히 최근 북한이 구형 무기들을 개량하거나 소형 무인기 대응 등 다양한 전술적 활용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저렴한 가격 뒤에 숨은 치명적인 비대칭 위협에 대한 대비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스팅어 /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