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gging Dairy [ TWILIGHT ]

#0 prologue

by mut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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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10-13살에 본 콘텐츠는 좋아할 수 밖에 없게 된다고.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한창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에 본 콘텐츠는 그때 느꼈던 날 것의 감정과 함께 남아있다. 중학생 때 이 시리즈의 책을 섭렵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28살이 된 지금, 여전히 <트와일라잇>은 내가 가장 아끼는 영화 중 하나다. 문득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 1편인 <트와일라잇>만 유독 자주 봤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한번 보고 읽은 것은 좀처럼 뒤돌아보지 않는 내가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대사의 대부분을 외우고 있다. 한때 영어 공부를 이걸로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문득 그 1편을 제외한 나머지 시리즈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1>, <브레이킹 던 2>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마침 넷플릭스에 트와일라잇이 올라왔고 며칠 동안 쉴 새 없이 질주하기도 하고 한 씬을 반복해서 아껴보기도 하면서 처음으로 이 시리즈의 끝을 봤다.


좋아하는 영화로 <트와일라잇>을 꼽으면 가끔 상대에게서 그것만으로 내 취향을 파악했다는 표정을 읽을 때가 있다. 누군가는 이 영화를 소녀들의 판타지를 응축시켜놓은 그저 그런 무언가로 치부하기도 하니까. 물론 그런 반응이 굉장히 무례하다고 느끼는건 내 자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그 감정의 정확한 이유는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은 쓰는 과정은 그 감정을 파악해보는 여정이었다. 이를 통해 얻은 결론은 그게 성차별적인 생각이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가 소녀들의 판타지가 소년들의 판타지보다 덜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다. 세상은 여성의 판타지를 평가절하 해왔다. 이건 소위 ‘여성적인’ 것들로 불리는 것을 즐기는 남성들도 폄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성이 가족과 감정에 대해 글을 쓸 때는 ‘문학’이지만 여성이 같은 주제를 고려할 때는 그저 ‘로맨스’로 간주되는 것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중 잣대다. 분명 이 시리즈의 내용은 페미니즘적인 관점과는 거리가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국은 여성의 판타지와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무엇보다 내게 이런 류의 러브 스토리는 세상에 희망을 품는 일처럼 느껴진다. 나는 나만의 촉으로 이런 스토리에서 인간에게 품을 수 있는 ‘낙관’을 발견해내고 마는 사람이다. 게다가 섹시한 뱀파이어들이 잔뜩 나와 마음에 매번 불을 지피고 만다. 10대의 나에게도, 20대의 중후반인 지금의 나에게도.


p.s 소녀들의 취향은 멋지며 더할 나위 없다. 내 취향이 그랬듯이.




For Better, From [ Kim Nayo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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