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뇌의 연결 아이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뇌의 사고력 높이는 학습법
수학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문제를 보면 머리가 하얘져요.
계산은 되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공식은 분명 어제 외웠는데, 시험지 앞에서는 하나도 생각이 안 나요.
부모 입장에서는 답답합니다.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왜 수학만 이렇게 막힐까” 싶지요.
수학 머리는 유전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한 줄씩만 생각하겠다는 뇌의 결심이 길어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뇌과학으로 보면
수학은 단순히 숫자를 다루는 과목이 아니라
여러 뇌 영역이 한꺼번에 협력해야 하는 복합 작업입니다.
그리고 이 협력 시스템이
스마트폰의 빠른 자극과 도파민 보상에
조금씩 밀려나는 중입니다.
어떤 식으로 밀려나는지,
뇌를 쉬운 비유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 전두엽과 측좌핵
수학 팀의 감독과 응원석이 동시에 무너질 때
수학 문제를 푼다는 건
머릿속에서 이렇게 진행됩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어떤 공식을 쓸지 계획하고
계산해 보고
틀리면 다시 고치는 과정.
이 전 과정을 지휘하는 곳이 전두엽입니다.
축구로 치면 감독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이 감독을 계속 경기장 밖으로 불러냅니다.
짧은 영상
계속 울리는 알림
빠르게 바뀌는 화면
전두엽은 한 가지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대신
이것저것 조금씩 만지다가
금세 다음 자극으로 넘어가 버리는 버릇을 들이게 됩니다.
그래서 수학 문제 앞에서 이런 모습이 나옵니다.
조금만 복잡해 보이면
문제를 읽다가 포기하거나
대충 감으로 찍어 버리거나
계산은 되는데, 중간 단계에서 길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여기에 측좌핵이라는 보상 회로가 한몫을 합니다.
이곳은 뇌 속의 응원석입니다.
재미있고 짜릿한 일을 할 때마다
박수를 치며 도파민을 뿜어내지요.
스마트폰은 이 응원석을
짧은 자극에만 반응하도록 길들입니다.
수학처럼
천천히 생각해야 하고
답을 얻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작업에는
응원도 없고
보상도 늦게 오고
그냥 지루한 일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아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감독은 산만해지고
응원석은 조용해진 경기장에서
혼자 뛰고 있는 셈입니다.
2. 두정엽과 후두엽
수학 전용 작업대와 도면이 흐려질 때
수학에는
눈으로 그려야 이해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수직선
도형
좌표평면
그래프.
이걸 담당하는 곳이 두정엽입니다.
수학 쪽에서는 작업대이자 설계 책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또 후두엽은 뇌 속 도면을 읽는 부서입니다.
그래프나 그림을 보고
어디가 중요한지 골라내는 곳이지요.
스마트폰 영상에 과몰입하면
이 작업대와 도면 읽기 시스템이
이상한 방향으로 단련됩니다.
빠르게 바뀌는 장면
화려한 색감
문장을 깊게 읽지 않아도 되는 자막
즉,
깊이 생각하는 대신
눈에 들어오는 걸 빠르게 소비하는 데 최적화됩니다.
그러다 보니 수학에서는 이런 현상이 생깁니다.
도형이 그냥 그림으로만 보이고
조건이 어디에 쓰였는지 눈에 안 들어오고
좌표나 그래프를 보아도
무엇을 읽어야 할지 모르게 됩니다.
두정엽 작업대 위에
도형 블록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 이해해야 하는데
그 사이를 스마트폰이 차지해 버린 셈입니다.
3. 해마와 자율신경계
공식 서랍과 긴장 조절기가 함께 흔들릴 때
수학에서는 집중력뿐 아니라 공식과 개념을 꺼내 쓰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곳이 해마입니다.
해마는 뇌 속 서랍장입니다.
오늘 배운 공식을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잘 보관해 두었다가
서서히 장기 서랍으로 옮겨 놓는 일을 합니다.
그런데 공부할 때마다 중간중간 스마트폰을 보거나 알림에 반응하느라 주의가 끊기면
서랍장을 정리하던 해마가 계속 방해를 받습니다.
종이에 공식을 쓰긴 썼는데
서랍에는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상태.
그래서 시험지 앞에 서면
서랍을 열었는데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분명 어제까지 알았던 것 같은데
왜 지금은 떠오르지 않을까”
아이 잘못만은 아닙니다.
서랍장 정리 시간이
스마트폰에게 조금씩 잘려 나간 탓이 큽니다.
여기에 자율신경계까지 긴장 상태로 고정되어 있으면
상황은 더 나빠집니다.
자율신경계는
몸의 긴장과 이완을 조절하는 시스템인데 스마트폰 과몰입과 수면 부족이 겹치면
교감신경이라는 긴장 모드 버튼이 계속 켜진 상태가 됩니다.
그 상태에서 시험지 앞에 앉으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에 땀이 나고 숨이 얕아지면서 전두엽과 해마가 서랍을 뒤질 힘을 잃어버립니다.
그래서 사실 아는 문제도 틀리고 계산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정리해 보면 스마트폰은
전두엽이라는 감독의 집중력
측좌핵 응원석의 동기
두정엽 작업대의 공간 감각
후두엽 도면 읽기 능력
해마 서랍장의 기억 정리
자율신경계의 긴장 조절
이 여섯 지점을 동시에 건드립니다.
아이의 수학 성적이 흔들릴 때
우리가 보는 건 겨우 그 겉면뿐입니다.
그 안에서는 감독은 자주 자리를 비우고 응원석은 스마트폰 쪽을 보고 있고 작업대는 다른 일로 지저분해져 있고 서랍장은 제대로 닫히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상황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학이 안 풀릴 때 아이에게 머리가 나쁘다 노력이 부족하다라고 말하기 전에
혹시 우리 집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이 이 뇌 회로들을 너무 많이 데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같이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수학 뇌 회로들을
조금씩 다시 회복시키는
구체적인 집안 루틴을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아이의 수학 뇌는
망가진 것이 아니라
잠시 과부하 상태일 뿐입니다.
과부하를 내려 주는 것부터가
진짜 수학 공부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