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팔망, 토붕와해 소동
시사고사성어
어설픈 문자 놀음에 놀아나는 세태
불의필망(不義必亡)과 토붕와해(土崩瓦解)
한 연예인의 어설픈 문자 놀음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무슨 의도로 그런 사자성어, 그것도 한 번에 두개씩이나 올렸는지 본인의 해명이 없으니 더 난리다. 심지어 그 중 ‘불의필망’은 족보에도 없는 사자성어다. 하도 언론과 SNS를 달구니 급기야 중국 포털에 이 소란과 ‘불의필망’을 소개하면서 친절하게 그 출처까지 밝혀주고 있다. 일본 야후도 온통 이 연예인으로 도배되어 있다. 정말이지 얇디얇은 냄비처럼 불만 갖다 대면 파르르 끓는 세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이른바 언론들까지 달라붙어 논란을 부추긴다.
‘불의필망’은 ‘의롭지 못한 것(자)은 반드시 망한다’는 뜻이다. 안 쓰는 사자성어이다. 우리도 중국도 일본도 쓰지 않는다. 대신 ‘싸우길 좋아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호전필망(好戰必亡)’이란 성어는 출처도 분명하고 많이 쓴다.(아래 참고) 이 연예인이 ‘불의필망’을 어디서 가져와서 썼는지 알 수 없다. 일단 뜻은 통한다. 중국 포털 쪽에서는 이 사자성어의 출처를 춘추시대의 역사서인 《좌전》(은공 원년조)의 다음 대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원문을 함께 제시하면 이렇다.
“의롭지 못한 짓을 많이 저지르면 틀림없이 자기가 죽는다(망한다).”
“다행불의필자폐(多行不義必自斃).”
불의한 짓을 많이 저지른 자가 누구인지는 각자 생각해보시라. 두 번째 사자성어 ‘토붕와해’는 매우 어렵다. 글자 뜻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 실제 내용을 보면 이해하기가 만만치 않다. 먼저 ‘토붕와해’는 ‘토붕’과 ‘와해’ 두 단어를 합친 성어이다. 그 뜻은 ‘땅이 무너지고, 기왓장이 깨진다’는 뜻이다. 원문은 “천하지환재어토붕(天下之患在於土崩),부재어와해(不在於瓦解)”이고, 그 뜻은 “천하의 근심은 ‘토붕(土崩)’에 있지 ‘와해(瓦解)’에 있지 않다”이다. 출처는 사마천의 《사기》 권112 <평진후주보열전>이다. 번거롭지만 그 내용을 소개하면 이렇다.(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사마천사기성어대사전》 1708쪽, 1784쪽, 2039~2321쪽을 참고)
(이 대목은) 한 문제 때 옛 조(趙)나라 지역 출신의 서악(徐樂)이란 사람이 올린 《상서(尙書)》의 한 구절이다. 서악은 진나라 말기 상황을 ‘토붕’에 비유하면서 “백성이 가난하고 고달픈데도 천자가 이를 안타깝게 여기지 않고, 아랫사람이 원망하는데도 위에서 이를 알지 못해, 풍속이 어지러워지고 정치가 닦이지 않음으로써” 그 막강한 진나라가 무너졌다고 진단했다. ‘와해’, 즉 ‘기왓장이 깨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라의 기반이 무너지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나라의 근본은 땅이고, 땅의 주인은 백성이다. 따라서 ‘토붕’은 백성이 무너진다는 뜻일 게다. ‘토붕와해’ 네 글자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진시황본기>에도 “진나라의 쇠퇴가 쌓여 천하의 ‘흙이 무너지고 기와가 깨졌다”는 대목이 있다. 사태나 상황이 도저히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무너졌음을 비유하는 성어이다. 《귀곡자(鬼谷子)》 <저산희(抵山戱)>에는 군주와 신하 사이의 신뢰가 무너지면 사회가 혼란에 빠진다는 지적에 이 표현이 보인다.
《사마법(司馬法)》(또는 《사마병법》)에 보면 “국수대(國雖大), 호전필망(好戰必亡)”이란 구절이 있다. “나라가 제 아무리 커도 전쟁을 좋아하면 망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백성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데만 열중하는 통치자를 만나면 백성들은 늘 그 뒤치다꺼리에 골병이 든다.
그런데 흥미롭게 2015년 미국을 국빈 방문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주석이 방미 제 1성으로 이 구절을 언급했다. 미국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지식을 뽐내는 데에도 종류가 있고 차원이 있다. 어설프게 알면 뽐내지 않아야 한다. 그럼에도 썼다면 자신의 뜻을 정확하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대중의 인지도가 높은 부류의 사람이라면 특히 더 그래야 한다. 되지도 않는 지식을 어설프게 뽐낸다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라도 알리고 싶어 하는 유치한 행동에 불과하다. 이번 소동은 비단 연예인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소신 없고 실력 없는 정치가들이 줄을 서 있다. 시민들의 의식수준은 저만치 가 있는데, 누구보다 민심에 귀를 기울이고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자들의 수준은 한참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