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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사소녀 Sep 11. 2024

04년생 소녀 -02-

외로울 땐 어떻게 해요?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외로움을 느끼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혼자서 밥을 먹을 때, 퇴근 후에 깜깜한 집에 들어올 때, 친구가 연애하는 모습을 볼 때 등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다양합니다.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있죠. ‘자취의 장점은 혼자라는 것이고, 단점도 혼자라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말입니다.


 혼잣말을 하는 일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인어공주가 될 것 같아서요. 목소리를 잃어버릴 것 같았습니다. 출근을 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목소리를 낼 이유가 없으니까요.


 자연스럽게 전화를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몇 개월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거나 앞으로 연락할 이유가 없는 사람의 번호는 다 지워버리는 편이라서, 30개도 넘지 않는 전화번호 중에서 마땅히 전화를 걸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습니다. 매번 같은 친구한테 걸긴 하지만 그 친구도 매번 저와 놀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외로움을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지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마냥 울어보기도 했고, 친구들에게 연락 폭탄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에서야 생각난 게 가족이었습니다. 본가에 가서 저녁이라도 먹자 싶더라고요. 소소하지만 자랑하고 싶은 근황을 아빠나 동생에게 알려주기도 하고요.


 친구도 좋지만, 결국 친구일 뿐입니다. 바쁘면 연락을 다음날이 돼서야 보는 경우도 많지요. 아, 가족 같은 친구라면 살짝 말이 달라지긴 합니다. 그렇지만 가족은, 아무리 바빠도 연락이 오면 빨리 답장하게 되는 그런 존재이지 않나요? 저는 동생의 전화가 그렇게 좋습니다. 친구 같은 가족도 아니고, 그냥 친구입니다. 동생은 가족이면서 친구인 셈이죠. 이래서 외동인 친구가 형제•자매•남매를 부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외로움에도 종류가 많으니까요. 본인이 왜 외로운지를 알아야 건강하게 외로움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더라고요. 그리고 외로운 만큼, 먼저 움직여야 합니다. 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게 없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 외로운 사람으로 살아야 해요. 계속 외로워서 고통은 받지만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외로운 게 맞는지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감정과 헷갈린 게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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