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사소녀 Sep 25. 2024

04년생 소녀 -04-

이런 게 사랑일까요?

 저에겐 친동생, 07년생 남동생이 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매번 같은 말을 하더라고요. 동생이랑 사이가 너무 좋은 것 같다고, 자기가 아는 남매 중에서 가장 사이가 좋다고 말입니다. 생각해 보면 동생과 싸운 게 약 십 년 전이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아예 안 싸우면서 자란 건 아니랍니다.


 동생과 사이가 좋은 이유는 서로가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족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조금 어두운 이야기지만, 부모님께서 이혼하신 후로 아버지 손에서 자라왔습니다. 아버지께선 돈을 벌어야 하셔서 우리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셨어요. 월드비전 복지관에서 하루를 보내다가 복지관이 끝난 저녁에는 집 앞 놀이터에서 노는 게 일상이었습니다. 눈이 온 겨울, 자판기에서 300원 핫초코를 뽑아 먹던 기억은 아직까지도 납니다.


 시간이 지나고,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풍족하게 놀 수 있었습니다. 아직 연애 한 번 하지 않은 모태 솔로지만, 동생과 데이트 코스는 전부 다닌 기분이에요. 시험 잘 봤다고 선물 주고, 생일도 당연히 챙겨 주었습니다. 처음으로 홍대에서 논다고 하기에 무신사에서 신발부터 가방, 안경까지 다 사주기도 했었습니다. 같이 영화나 콘서트를 보러 가면, 교통비를 제외한 모든 금액은 저의 통장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스스로에게는 편의점 음료수 값도 아까워서 고민만 몇 분을 하다가 안 먹는 게 일상인데, 동생이 있으면 30만 원 콘서트도 고민 없이 결제하게 됩니다.


 자취를 하고 동생과 떨어져 지내면서 더욱 크게 깨닫습니다. 이게 사랑이라는 것을 말이죠. 돈이 아깝지 않고, 시간이 아깝지 않고, 카카오톡•문자•전화 등 시답잖은 이유로 연락을 보내고, 동생 학교 공식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며 학교 생활을 상상하고,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요? 이래서 제가 연애를 못하는 건지 싶습니다. 너무 예전부터 사랑하던 상대가 있어서요.


 친동생한테 무슨 사랑이냐 싶은 분도 계시겠지만,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는 것처럼 저도 동생을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가족의 사랑이라고 할까요? 과거의 가정사로 인해 남들보다 더 진득한 사랑이 된 느낌이지만, 오히려 좋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사랑이란 감정을 안다는 건 정말 축복받은 일이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04년생 소녀 -0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