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티, 저기 공장 앞에 모여있는 사람은 뭐죠?”
“체불된 임금을 돌려받기 위해서 정문 앞에서 시위하는 중이에요”
“그럼 저분 들하고 인터뷰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위험할 수 있어요. 당신이 한국인이라 한국경영진으로 오인받으면, 어떤 충돌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스리랑카에서 업무파트너였던 기얀티와 도준은 폐쇄된 한국 공장을 찾아가던 중이었다. 목적지 공장 앞 삼삼오오 모여있는 공장근로자들을 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래도 우리 프로젝트 상 그들의 인터뷰가 필수잖아요. 기얀티가 옆에서 잘 통역해 줘요. 우리 내려요”
버스에 내린 우리의 모습, 아니, 한국인으로 보이는 도준의 모습을 보고 그들 사이에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초 후, 몇몇 건장한 스리랑카 남성들이 험악한 얼굴로 다가왔다. 심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기얀티에게 잘 말해줄 것을 부탁하며 그들을 응시했다. 조금 지나자 5~6명 정도의 근로자들이 도준을 에워쌌다. 긴장감은 고조돼가고 있었다. 그들은 다짜고짜 물었다.
“당신, 한국사람이지?”
“예, 한국에서 온 대학생입니다.”
“당신, 여기 사장하고 무슨 관계야?”
일제히 의심의 눈초리로 쏘아봤다.
“저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만, 한국 대학생으로 폐쇄된 한국공장에서 무슨 일들이 일어나는지 조사하다가 이곳에 들르게 됐습니다.”
“거짓말하지 마. 당신도 한통속 아니야? 한국 사람들은 우리에게 어떠한 공지도 없이 공장 문을 닫았어. 임금도 퇴직금도 체불 한 체 야반도주한 사람들이야. 당신들의 일방적 공장폐쇄로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단 말이야! 자, 이 한국 사람을 저기 경찰관한테 데리고 갑시다!”
갑작스런 소요사태였다. 어떻게 할 새도 없이 건장한 남성 3명은 나를 옭아맸다. 꼼짝하기조차 어려웠다. 함께온 기얀티도 어찌할 새도 없이 우리 둘은 그렇게 떨어졌다. 그 순간 극렬하게 몸을 다시 비틀었다.
"가만있어!"
땀에 베인 그들의 투박한 손은 나를 더욱 옥죄었다. 마치 범죄자를 연행하는 듯한 그들이었다. 더 이상 그들을 자극하는 건 도리어 판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순순히 그들이 끌어가는 대로 몸을 맡겼다.
"당신 누구야? 무슨 일로 이곳에 왔어? 연남방적 사람 아니야?"
경찰관 복장을 한 중년의 남성은 도준을 보며 퍼붓듯이 물었다.
기얀티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도준은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중, 한 청년이 끼어들었다.
"잠깐만요! 제가 한국어를 말할 수 있어요. 통역해드릴께요."
우다르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저한테 말해주세요. 지금 다들 흥분 상태지만, 차분히 말해볼께요.
어떻게 여기에 오신거죠?"
"저는 한국 대학생입니다. 한국 공장 폐업 현장을 조사하고자 이곳에 왔습니다."
우다르는 경찰관을 비롯해 도준을 끌고온 남성들에게도 차분히 설명을 해나갔다.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듯 눈빛은 분노에 차있었다.
도준은 솔직하게 여기 온 이유를 전부 다 말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예.. 제가 살고 있는 곳은 니곰보입니다. Right to life라는 인권 단체에 파견된 한국대학생이구요. 제 일이란게, 한국 진출기업 중 공장 폐업 후 피해사례들을 조사하는 겁니다. 대학생 신분이라 여러분들을 위해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다고 확답할 순 없습니다만, 실태 조사후 한국 정부 앞 공식적으로 문제제기 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저와 인터뷰해주실 분 있으실까요, 부탁드립니다.”
우다르는 깜짝 놀랐다. 자신과 비슷한 나이처럼 보이는 그가 한국 기업이 아닌 스리랑카 사람을 도와준다니... 도준의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우다르는 이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경찰관과 남성들은 그제서야 의심의 눈초리를 내렸다. 이내 몇몇 분들이 머뭇거리더니 결국 인터뷰에 응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자신들의 억울함을 듣기 위해서 왔다는 한국 대학생 모습이 처음엔 못미더웠다. 그러다 망연자실한 자신들 상태를 누군가가 들어준다는 이야기에 마음속 응어리를 쏟아냈다. 도준이 손에는 땀이 배어 있었다.
‘후~’
이제야 긴장이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