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라디오 DJ 이금희는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배우 김해숙을 뽑았습니다. 사람들이 자신과 김해숙 배우가 닮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인상이 비슷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어서 김해숙 배우에 대한 일화를 이야기했는데, 국민엄마라고 불리는 그녀는 수많은 엄마 역할을 연기하면서도 한 번도 똑같은 엄마 연기를 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같은 엄마 역할이지만, 새로운 배역의 특징을 살리려고 메이크업, 헤어, 의상 등을 연구하고 개인적으로 투자해서 늘 새로운 엄마의 모습을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존경심을 표했습니다.
저도 방송을 보고 존경스러웠습니다. 김해숙 배우뿐만 아니라 김혜자, 고두심 배우처럼 국민엄마라고 불리는 배우들은 시대와 사람들이 요구하는 정답 같은 어머니의 이미지와 모습을, 예를 들어 따뜻함, 푸근함, 모성애 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엄마 배역에 자주 캐스팅 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맡은 배역을 연기할 때에는 그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엄마의 이미지를 꺼내서 보여 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매번 정답 같은 이미지와 모습을 반복해서 연기하다 보면 국민엄마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아니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세상 모든 엄마들은 다 다른 모습이니까, 당연히 국민엄마도 하나의 모습, 하나의 말투, 하나의 느낌,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김해숙 배우가 국민엄마가 된 것은 정답 같은 하나의 고정된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이전에 사랑받았던 엄마의 모습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기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가벼움, 그리고 새롭게 변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이 용기와 가벼움, 그리고 유연함을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국민엄마의 모습에 단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이 있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단 하나의 정답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많은 이들이 있지도 않은 정답 같은 인생을 살려고 발버둥 칩니다.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대학교에 입학하고 직업을 갖기 위해서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공부합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정답이라고 여겨지는 삶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 끊임없이 애씁니다. 그러나 어떻게 있지도 않은 정답을 얻겠습니까? 자기 자신만 잃어버릴 뿐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점은 있지도 않은 하나의 정답을 얻으려고 애쓰는 일이 아니라, 용기, 가벼움, 유연함으로 나답게 사는 일입니다.
그런데 나답게 살아야겠다 다짐하려니까, 우리 엄마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김해숙 배우가 그 배역에 맞는 엄마가 되기 위해서 노력한 것처럼, 우리 엄마도 내 엄마로 살기 위해서 참 많이 노력했겠죠? 김해숙 배우가 새로운 엄마 배역을 적응하기 위해서 이전의 모습을 버렸던 것처럼, 우리 엄마도 내 엄마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이전 모습을 버렸겠죠? 이 사랑 덕분에 나는 나답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만큼 최선을 다해서 더 나답게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