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의 궤도
반딧불이의 궤도
깊은 여름 밤하늘
느티나무 어둠 속에서 무수한 잎들을
비벼낼 때 가만가만
주둥이를 흔들어 너를 깨운다.
어둠에 뿌리내린 짧은 인내의 15분
유리벽에 부딪히며 날아오른
엷게 빛나는 은은함
우리의 인연 같다
너의 죽음이 그녀의 삶이 되고
그녀의 삶이 내 삶이 되고
내 삶이 우리의 기억이 되어
저만치 서로 닿지 않는 슬픔 속에
노란 불똥 빛은
잃어버린 시간은 되찾으려는 듯
밤과 아침 사이
우정과 사랑 사이
말할 수 없는
절망과 희망의 사이에 머물다
손을 뻗은 내 손가락
조금 앞에서 호를 그리며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