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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Oct 07. 2021

구멍난 양말

#3



<구멍 난 양말>


                                  


<구멍난 양말>


                         김혜진



요즘같이 살기 좋은 세상에

구멍 난 양말은

버려야 하는데


기우면 멀쩡한데 왜 버리냐고

누군가의 수고 없이 거저

나오는 물건이 어디 있냐고

잔소리처럼 들리던

아버지 말씀에

나는 바늘과 실을 찾아왔다.


양말을 뒤집어 꿰매려니

고된 눈물의 냄새가 난다.


꿍짝 꿍짝 24시간 박자를 맞추며

쉬지 않고 돌아가는 편직기계에

사장님은 ‘땡벌’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원사가 토시 형태로 길게 짜지면

그 뒤로 앞코를 꿰매고 뒤집고 다림질했겠지

발등의 도화지에 예쁜 수를 그려놓고

이루지 못한 화가의 꿈을

땀방울로 수놓았겠지


홈질 홈질

박음질 박음질 박음질

나도 ‘땡벌’ 박자에 맞추어

육중한 내 몸 끄느라

지쳐버린 발 뒤꿈치를 안으로 감싸며


다시 한번 용기 내어 뛰어다녀라

버텨봐라 지지 마라 마음 묶으니

뒤집어 홱 버려질 인생 없다고

내 곁에 남아줘서 고맙다고

서로 고쳐가며 사는 게 삶이라고


남아있는 한쪽이

안도의 한숨 쉬며

환하게 웃으며 말을 한다.


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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