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스토너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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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쉿 조용
잠들었네요!
이젠 나도 숨 좀 쉴 수 있을 듯해요.
나의 분노, 고뇌, 고함, 증오찬 침묵에
당신은 형식적이었죠
그래서 난 버릇이 생겼어요
모든 관계를 3인칭으로 바꾸는
그러면 상관없는 관계가 된 것 같아.
이중적인 침묵도 견딜 수 있었죠.
하지만 그 많은 고통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당신은 떠나고 나는 남는다 해도
화려한 젊음은 창밖의 빗물처럼 흘러갔는데
흐릿한 열정과
단단한 인내심이 날 붙들었다 해도
내게는 애잔한 고통이었을 뿐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우리 모두 고독하고
오랜 세월을 각자 견뎌 왔다는 것을
행복은 누구에게나 자유로운 상태가 아니라
올바르게 매여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