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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가 어려운 이유

31. 디봇은 후벼 파는 것이 아니고 뜯기는 것

by 골프공작소 Feb 1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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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블로우는 하향 타격입니다. 

볼 뒤통수를 위에서 아래로 갈기는 거죠. 

볼이 떠나도 클럽 헤드는 멈추지 못해 

볼 앞 잔디 뗏장을 과감히 뜯어버립니다. 

우리는 이것을 '디봇'이라고 하죠.  

볼 뒤 잔디를 후벼 파거나 퍼 올리는 것은 

승인되지 않은 토목공사입니다. 

토목공사는 의도적이며 하향 타격이 아닌 

그냥 땅밑으로 내리꽂는 겁니다.  


디봇은 스윙 중에 헤드가 만들어 내죠. 

오직 헤드의 무게와 스피드가 만들어요. 

의도적인 디봇은 포클레인이 하는 거죠.      


골프 좀 한다는 사람에게는 

“다운블로”와 “디봇”은 단순한 기술적인 

용어가 아녜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죠.

샷의 완성도와 임팩트의 정확도를 표현하는 

행위예술이죠. 고생한 보람이 느껴져요.

스윙의 레벨 상승을 의미하는 인증 마크죠.     


다운블로(Down Blow)는 헤드가 볼에 

도착할 때까지 하향 궤도의 움직임이죠. 

반드시 공을 먼저 치고 나서 관성에 의해 

공 앞까지 헤드가 진행되면서 공 앞의 잔디가 

이리저리 눈치 볼 것 없이 뜯기는 거예요. 

환상적인 백스핀을 볼 수 있는 기회죠.     


제대로 된 다운블로의 체크 포인트는 

클럽이 볼을 강하게 압축하며 친다는 거죠. 

근데 이거 그냥 내린 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코킹을 유지한 체중 이동, 옳은 스윙의 궤도, 

정확한 임팩트들이 서로 절묘한 타이밍에 

골고루 어우러져야 합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디봇(Divot)은 다운블로 인증마크입니다. 

잔디의 상처인 동시에 영광의 흔적입니다. 

흔적이 너무 커 버리면 흉터가 돼버려요. 

흉터는 가차 없이 거리를 줄여버립니다. 

흉터는 영광이 아닙니다. 그냥 흉입니다.


이쁘게 이루어진 디봇은 

볼을 정확히 찌그러뜨렸다는 상징입니다. 

디봇의 일편단심은 

디봇의 위치와 모양으로 확인하세요. 

만약에 디봇이 목표 방향으로 깔끔하게

이어지지 않다면 스윙 궤도를 점검해야 하죠.     


헤드가 공을 압축하는 그 찰나의 순간을 

즐기세요. 은근히 중독성이 강해요.

디봇은 실수의 흔적이 아니라 성장의 

발자국입니다. 아무나의 자국이 아닙니다.  


디봇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쁘게 남아 있다면, 

얼른 기뻐하고 재빠르게 상처를 메워주세요. 

레벨이 상승한 자만이 할 수 있는 매너죠. 

자신의 영광스러운 인증마크가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된다면 다운블로의 예술을 왜곡하는 

겁니다. 잘하고 욕 듣는 건 못할 짓이에요.

다운블로의 예술을 뒤탈 없이 완성하세요.      


     

다운블로우를 기획하고 디봇을 디자인하세요. 

골프가 멋져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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